현직 지검장의 뜻밖의 선택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검찰청이 폐지된 후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서 수사관으로 일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 18일 전국 기관장 화상회의에서 이 의사를 표명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는데요.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수사구조 개혁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직 지검장이 기소권이 없는 순수 수사기관인 중수청의 수사관으로 지원하겠다고 한 것은 파격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임 지검장은 초대 중수청장 자리가 아니라 일선 수사관으로서 일하고 싶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순환보직제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며, 중수청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초대 청장과 주요 기관장에 신망과 실력을 모두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신은 그 안에서 한 명의 수사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죠.
냉담한 현실과 0.8%의 선택
임 지검장의 결정이 이례적으로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검찰청이 최근 실시한 내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검사 910명 중 내년 10월 출범 예정인 중수청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고작 7명, 비율로는 0.8%에 불과했습니다. 절대다수인 77%는 기소 업무를 담당하는 공소청 쪽을 선호했고, 약 22%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이런 냉담한 반응은 중수청의 위상과 조건에서 기인합니다. 중수청은 검찰로부터 수사권만을 이관받아 기소권이 없으며, 법무부가 아닌 행정안전부 산하로 편제될 가능성이 있어 기존 검사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겁니다. 권한이 축소된 데다 소속 부처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한 결과죠. 그러기에 현직 지검장이 자원한 이번 발표는 검찰 내부의 보수적인 흐름을 의도적으로 건드리는 의미 있는 도전장으로 해석됩니다.
개혁의 성공을 위한 선봉장
임은정 지검장은 검찰 내에서도 개혁적인 성향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는 이번 발표에서 현재 담당하고 있는 인천 세관 마약 사건을 예로 들며, 수사 책임자로서 팀을 보호하고 무리한 외압으로부터 지키는 '든든한 우산'이 되고 싶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하는 데 중수청이 현재 자신의 직위보다 더 적합하고 쓸모 있는 곳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죠.
그의 선택은 단순한 직장 이동을 넘어 수사구조 개혁 자체에 대한 강한 신뢰와 기대를 표명한 행동입니다. 많은 동료들이 주저하는 기관으로 직접 뛰어들어 개혁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물론, 한 명의 지검장의 선택이 전체 개혁의 성패를 가르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초기 정착 단계에서 신뢰받는 리더십과 헌신적인 인력이 절실한 때에, 그의 결정은 개혁의 실질적 동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상징적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앞으로 중수청의 조직 구성과 운영 세칙이 어떻게 마련될지, 그리고 임 지검장과 같은 선택을 하는 검사들이 더 나올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한국 법치 역사의 큰 변환점 중 하나인 만큼, 그 과정에서 나오는 각자의 선택이 개혁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