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판결을 둘러싼 외교적 파장
2016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 판결이 나온 지 10년이 되는 시점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다시 이곳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필리핀, 호주 등 14개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해당 판결이 최종적이며 법적 구속력이 있는 확정적 결정임을 재확인했는데요. 이들은 중국이 주장하는 광범위한 해양 권리에 법적 근거가 없음을 분명히 하며,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에 기반한 평화와 안정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반응은 매우 강경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해당 판결이 불법적이고 무효이며 아무런 구속력도 없는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고 규정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공동성명에 참여한 일본 대사관 수석공사를 긴급히 불러 역사적 책임을 청산하지 않은 일본이 이 문제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강력히 항의했죠. 관영매체까지 나서서 외부 세력이 소란을 피우면 몸이 부서질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으며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갈등의 핵심, 국제법과 주권 사이
이번 논란의 시발점은 2013년 필리핀이 제기한 중재 신청입니다. 당시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을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며 그은 U자형 선, 이른바 구단선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남중국해는 국제법상 공해와 각 연안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이 혼재된 지역으로 정의되었는데요. 판결 이후에도 중국은 파라셀 제도와 스프래틀리 군도 등에 인공구조물을 건설하고 군사기지화를 가속화하며 실효지배를 강화해 왔습니다.
중국은 판결을 거부하는 근거로 절차적 부당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중재인 5명 중 1명은 필리핀이 임명했고 나머지는 서방국 출신이라는 점을 문제 삼으며, 이는 국제법을 왜곡한 정치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14개국은 이러한 중국의 태도가 유엔해양법협약에 명시된 평화적 분쟁 해결 원칙을 위배하며 국제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지속하며 군사적 긴장도 함께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한국의 선택과 주변국의 움직임
이번 공동성명에서 주목할 점은 한국이 참여국에서 제외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이 동참을 요청했지만, 한국 외교부는 주필리핀 대사관 명의의 단독 성명을 내는 방식으로 대응했는데요.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의식해 부담을 줄이려 한 신중한 선택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반면 베트남은 별도로 유엔해양법협약이 해양 권리 범위를 규정하는 유일한 법적 근거임을 재확인하며 국제법 준수를 촉구했습니다. 베트남은 공동성명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무력 사용 없이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였죠.
일본은 공동성명 참여를 넘어 공적개발원조와 안보원조를 활용한 해양 협력 확대를 예고했습니다. 아세안 주요국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남중국해를 둘러싼 외교적 공방과 군사적 긴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10년 전 판결의 의미를 둘러싼 힘겨루기는 국제질서의 규범과 현실 사이에서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