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기술의 접목, KT의 선택
세계 최대 모바일 통신 전시회 MWC26에서 한국의 대표 통신사들은 각자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KT는 한국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독특한 접근법으로 주목을 받았는데요. 광화문광장과 세종대왕 동상을 재현한 전시관을 통해 단순한 기술 박람회를 넘어 문화 체험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K-컬처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복잡한 기술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 동시에 비즈니스 대화의 서막이 되는 효과를 냈습니다. 기술에 문화적 경험을 더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전략이었죠.
이와 함께 KT는 기업형 AI 운영체제 '에이전틱 패브릭'과 로봇 플랫폼 'K RaaS'를 선보이며 실질적인 사업화 가능성을 타진했습니다. 공공, 금융, 제조 분야의 적용 사례를 제시하며 기술이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는지 보여준 점이 글로벌 파트너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생태계 확장에 나선 SKT의 ‘AI 동반자’ 선언
SK텔레콤은 이번 행사에서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정재헌 CEO는 현장에서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 ‘AI 동반자’가 되겠다고 약속하며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개했죠. 올해 80곳의 스타트업 지원을 시작으로 매년 규모를 확대해 5년간 총 500곳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제공, 협업 플랫폼 연계, 정부 사업 협력 등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내놓으며, 단순한 투자가 아닌 기술과 인프라를 공유하는 상생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정부의 AI 스타트업 육성 정책에 호응하는 동시에, 대기업이 보유한 역량을 개방해 혁신의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스타트업이 가진 민첩성과 아이디어에 SKT의 인프라와 시장 접근성이 결합된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겠죠.
‘수능 1등’보다 ‘일 잘하는 AI’를 향해
한편, AI 기술 개발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도 주목할 만했습니다. SK텔레콤의 정석근 CTO는 기자간담회에서 AI 경쟁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그는 정부 주관 파운데이션 모델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모델의 성능이 모든 산업 현장에 최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벤치마크 점수 경쟁보다는 실제 업무 환경에서 요구되는 ‘일 잘하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입니다. 마치 수능 1등과 실제 업무 능력이 다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는 현실적인 목표로 글로벌 빅테크 대비 95% 수준의 성능 확보를 제시했습니다. 특히 제조 현장 등에서는 이 정도 성능으로도 충분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는 과도한 성능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자국의 산업 구조와 필요에 맞는 실용적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동시에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적인 기술 기반을 마련해 전략적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습니다.
MWC26을 통해 한국 통신사들은 AI 시대를 준비하는 두 가지 축을 보여줬습니다. 하나는 문화와의 결합을 통한 글로벌 브랜드 가치 제고이고, 다른 하나는 산업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실용적 기술 개발과 협력 생태계 확장입니다. 이 두 방향성이 앞으로 한국 AI 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형성해 나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