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에서 또다시 유조선 피격
지난 8월 31일 밤, 호르무즈 해협에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두 척이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됐습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오만 카사브 인근 해상에서 한 선박이 발사체 3발을 맞았는데요. 피격된 선박은 한국 해운사 장금상선이 운용하는 '세네갈 프로스페리티'호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해운사 바흐리의 '시드르'호로, 두 배 모두 사우디산 원유 약 200만 배럴을 싣고 미국 측이 마련한 항로를 이용하던 중이었습니다. 장금상선은 최근 VLCC를 대거 확보하며 호르무즈 해협 원유 운송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온 국내 선사입니다.
사건 소식에 국제 유가는 요동쳤습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92달러를 넘어 94달러 선까지 오르며 지난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WTI 역시 90달러를 웃돌았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5분의 1이 지나는 최대 요충지인 만큼, 사소한 충격에도 시장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한국 국적선·선원 아냐"
정부는 다행히 우리 국민의 피해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해양수산부는 피격된 '세네갈 프로스페리티'호가 라이베리아 국적선이며 국내 해운업 등록 이력이 없다고 설명했는데요. 이 배에는 한국인 선원이 탑승하지 않았고, 장금상선 측도 해당 선박을 선주로부터 빌린 뒤 다른 회사에 재용선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이란의 압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란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 통항 규정 위반을 이유로 장금상선 관련 선박 5척을 포함한 45척의 블랙리스트를 발표하며 벌금과 억류를 경고했습니다. 다만 피격된 '세네갈 프로스페리티'호는 해당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부는 일단 인명 피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중동 지역의 불안정한 정세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중동 무력 충돌과 해상 물류 대란 우려
이번 피격은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는 와중에 발생했습니다. 미국은 8월 30일 이란의 해상 기뢰 로켓 발사 준비를 이유로 라라크섬을 공습했고, 이란은 이에 맞서 보복 공격을 가하는 등 양측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마련한 항로를 이용하던 유조선이 표적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건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은 급감했습니다. 전쟁 발발 전 하루 평균 99척이 통과하던 이 해협의 통항량은 사건 직후 9척으로 줄어들며 해상 물류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전쟁 초기 해협에 묶였던 한국 선박 26척 중 24척은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아직 2척은 해협 안에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향후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지속된다면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안전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우리 선박들의 피해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