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된 노후 아파트에서 번진 불길
지난 11일 오후 5시쯤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15층 영구임대아파트 최상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불로 해당 세대에 거주하던 60대 어머니와 30대 아들이 베란다 아래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는데요. 경찰은 화재가 급격히 번지자 두 사람이 대피 과정에서 추락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지 사흘 만인 14일, 경찰과 소방 당국 등 10여 명이 현장에 나서 합동감식을 진행했습니다.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창고용 작은 방을 중심으로 인화성 물질과 전기 배선 결함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폈습니다. 다만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다음 주 추가 감식이 필요하다는 게 당국의 설명입니다.
스프링클러 없는 화재 현장
이번 사고가 특히 안타까운 이유 중 하나는 소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해당 아파트는 1992년에 준공된 15층 건물인데, 당시 법규상 스프링클러는 16층 이상에만 의무 설치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건물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고, 주방 등에 설치된 자동확산소화기만 정상 작동한 상태였는데요.
자동확산소화기가 국소적인 화재 진압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집 전체로 번진 불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30년이 넘은 노후 배선과 전기 설비가 화재 확산의 복합적인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취약계층 거주 환경의 사각지대
숨진 모자는 기초생활수급 가구로, 뇌병변 장애를 앓던 어머니를 아들이 직장까지 그만두고 간병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재 당시 직접 신고를 하지 못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대피시키려다 함께 추락했을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송순효 서울시의원 등은 노후 임대아파트의 소방 시설 전면 교체와 취약계층 저층 우선 배정, 맞춤형 대피망 구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노후 공동주택의 안전망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대피 권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경찰은 부검 결과와 함께 당시 외출 중이던 아버지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통해 사고 경위를 명확히 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