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대 환율이 말하는 것
2026년 7월,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60원 선에 육박하며 17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후 미국 비농업 고용 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면서 달러 강세가 꺾였고, 환율은 하루 만에 30원 이상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출렁이는 흐름이 연속된 겁니다.
최근 환율 상승의 배경에는 두 가지 요인이 맞물려 있습니다. 하나는 내국인들의 미국 주식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 증가이고, 다른 하나는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입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19년 4월, 2022년 4월, 2024년 3월 등 세 차례의 구조적 단절을 거쳐 평균 환율이 1,168.7원에서 1,408.2원까지 단계적으로 상승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쉽게 말해 환율이 한 단계씩 바닥을 높여 온 겁니다.
달라진 한국의 체력
과거와 달라진 건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입니다. 외환보유액은 5월 말 기준 약 4,270억 달러로 세계 12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 금리와 CDS 프리미엄은 역대 최저권을 기록 중입니다. 은행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1분기 말 165.6%로 규제 기준인 80%를 두 배 이상 웃돕니다.
더 의미 있는 변화는 한국의 대외 포지션입니다. 외환위기 시절 순 채무국이었던 한국은 현재 순 대외금융자산 7,536억 달러를 보유한 순 채권국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 구조 덕분에 원화 가치가 내려가도 수출 기업의 채산성은 좋아지고, 해외 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는 올라가는 자동 완충 장치가 작동하는 셈입니다. 1997년이나 2008년처럼 달러 유동성이 마른 상황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얕은 시장이 남은 숙제
다만 거시적 안정성만큼 환율의 출렁임이 잦은 건 사실입니다. 이면에는 원화가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는 시장을 만들지 못한 외환시장의 구조적 한계가 깔려 있습니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외환시장 구조 개선, 거래 시간 연장, 외국 금융기관의 역내 참여 허용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원화 가치의 변동성을 잠재우는 길은 시장 자체를 깊고 넓게 만드는 데 있고, 이를 위해서는 원화 국제화를 통한 외국인 투자자 유입과 역외차액결제선물환 수요의 역내 흡수 같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환율이 과거 수준으로 쉽게 돌아오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 만큼, 시스템의 안정성과 무관하게 고환율이 저소득층과 유학생 등에게 주는 실질적 고통을 덜어내는 정책도 병행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