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 원의 반도체 베팅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아시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성사시키며 상하이증권거래소 과창판에 상장했습니다. 이번 상장으로 조달한 금액은 666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14조 원에 달하는데요. 숫자 666이 중국 문화에서 번영을 상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반도체 자립이라는 국가적 의지를 보여주는 행사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그만큼 뜨거웠습니다. 공모 청약에서 개인과 기관의 경쟁률이 각각 200대 1과 500대 1을 넘어섰고, 이는 스페이스X 상장 당시 개인 청약 규모의 10배에 해당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주가가 첫날 급등할 경우 중국공상은행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죠.
빅3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CXMT의 성장세는 실적으로도 확인됩니다. 최근 매출이 전년 대비 700% 이상 늘고 순이익은 1,200% 이상 폭증했는데,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판매량이 약 300% 증가하고 단가가 60% 높아졌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수율과 양산 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도 1년 만에 3%에서 7~8%대로 끌어올리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이은 빅4로 불리고 있는데요. 다만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경쟁사들보다 낮은 수준이라, 공모가 기준 PBR이 2.4배로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 평균보다 56% 낮게 책정되었습니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D램 기술 고도화와 생산 시설 확충에 집중될 예정입니다. 특히 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기술 격차를 줄이려는 의도가 담겼죠. 일각에서는 애플이 CXMT와의 협력을 위해 미국 정부에 로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는데, 이는 중국 메모리 기업의 기술력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는 방증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반도체의 새로운 변수
CXMT의 부상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안길 전망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악해온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 중국산 제품의 입지가 넓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과 대규모 투자를 등에 업은 밀어내기 수출이 과거 태양광 패널이나 전기차 사례처럼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물론 EUV 장비 등 첨단 장비 수출 제재라는 현실적 한계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창신메모리를 시작으로 양쯔메모리와 쿤룬신 등 중국 기술 기업들의 상장이 잇따르며 자금 조달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단순한 관망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같은 시기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엔비디아와 약 1조 5천억 원 규모의 전략적 협력을 발표하며 글로벌 AI 인프라 확보에 나섰습니다. 각 세종 데이터센터를 거점으로 기가와트급 시설을 목표로 하는 등 기술 패권 다툼은 이제 메모리와 클라우드를 아우르는 생태계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