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동의 요청조차 없었다는 국방위원장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은 최근 국방부가 파병 동의나 필요성을 설득하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방위원장조차 파병의 구체적인 명분과 절차를 전달받지 못했다는 얘기인데요, 이는 국회의 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당연히 야당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이 전쟁이 국제사회에서 침략으로 규정되고 있다며, 한국이 명분 없는 전쟁에 가담하면 쌓아온 국제적 평판과 K-컬처의 자긍심까지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김병주 의원 역시 4성 장군 출신으로서 장병 안전과 유조선 보호 문제를 들어 파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라크 파병과는 다른 성격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을 거론하며 이번 파병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 사안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2003년 이라크 파병은 유엔 안보리 결의와 미 의회 승인이라는 국제법적 근거가 있었고, 14개국 이상의 다국적군이 참여했습니다.
반면 현재 호르무즈 사태는 유엔 결의나 미 의회의 정식 선전포고 없이 진행되는 특수군사작전입니다. 유럽연합 핵심국들은 미군 지휘를 거부하고 독자 작전을 펼치고 있으며, 일본마저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이런 와중에 한국만 파병에 나선다면 국제적 조롱거리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비전투 지원이라는 명분도 허약한데, 호르무즈는 이란 정규군과 혁명수비대가 대치하는 실전 교전 구역이기 때문입니다.
국익과 안보를 둘러싼 현실적 우려
파병이 대미 투자 협상의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순진한 생각일 수 있습니다. 이기헌 의원은 미국이 정치적 목표와 경제적 실리를 철저히 분리하는 국가라며, 파병을 한다고 해서 안보적·경제적 이익을 한 치의 양보도 받을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오히려 파병에 나설 경우 이란의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고, 국가 에너지 생명선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김병주 의원은 국방부 조사단의 현지 방문을 과거 이라크 파병 때처럼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면서,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는 만큼 강력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파병은 단순한 군사 문제가 아닌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대한 결정인 만큼, 정부가 서두르기보다는 명분과 공감대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