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를 막자 3배로 간 투자자들
정부가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투자 문턱을 크게 높였는데요. 기본예탁금을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으로 올리고 개인별 투자 한도를 20%로 제한한 이후, 투자자들의 발길은 오히려 미국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특히 반도체 주가를 3배로 추종하는 SOXL의 매수 거래대금이 46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보다 7배 이상 큰 규모입니다. 코스피를 3배 추종하는 KORU와 테슬라 2배 레버리지 TSLL까지 합치면 총 51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몰렸고, 직전 13거래일보다 10억 달러 이상 늘었습니다. 결국 국내에서 2배를 제한하자 투자자들은 해외에서 3배 상품을 찾은 셈입니다.
반면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16개의 거래 규모는 수조 원대에서 수천억 원대로 급감했습니다. 규제 첫날인 지난달 31일, 개인과 외국인의 참여가 한꺼번에 줄어들면서 시장 내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성급한 도입과 안일한 수습 사이
이번 논란의 시발점은 정부 주도로 이뤄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이었습니다. 시장의 자발적 요구가 아닌 증시 부양이라는 목적에 매몰된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은 34%에서 52%까지 치솟았습니다. 출시 한 달여 만에 관련 상품 시가총액이 4조 4천억 원에서 12조 원으로 불어나면서 특정 종목 쏠림과 변동성 심화는 더욱 심각해졌죠.
문제가 불거진 뒤 정부 대응도 미흡했습니다. 6월 16일에 내놓은 1차 대책은 기본예탁금 상향과 교육 강화에 그쳤고, 2차 대책은 6월 30일에야 나왔습니다. 성급한 도입에 이어 사후 수습도 늦고 안일했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 필요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쏠림 해소가 진짜 과제
3천만 원의 기본예탁금 벽이 세워진 뒤 거래대금은 12조 4천억 원에서 사흘 만에 1조 2천500억 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거래량 감소가 곧 문제 해결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국내 증시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레버리지 상품까지 더해지면 비중이 60%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급격한 시장 변동 시 마이너스 기준가로 전환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이 여전하다고 우려합니다.
심지어 해외에서는 한국 증시의 높은 변동성과 종목 쏠림을 이유로 투자 부적합 국가라는 평가까지 나왔습니다. 단순히 문턱을 높이는 규제를 넘어, 상품 구조 개선과 시장 쏠림 해소라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자본이 국내를 떠나 해외의 더 높은 레버리지를 찾는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정책을 속도 내는 과정에서 시장의 실제 구조와 투자자 심리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앞으로 규제 강화만으로는 부족하고, 국내 증시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종합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