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의 대구 공략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2년 만에 대구시장 재도전을 선언하면서 보수 정치의 심장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3월 30일 동성로에서 한 출마 선언에서 김 전 총리는 “대구가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보수가 산다”며 강한 심판론을 내세웠습니다. 이어 국민의힘이 대구 시민을 단순히 ‘표 찍는 기계’처럼 취급해왔다고 비판하는 발언을 했고, 이는 당내에서 ‘막말’ 논란으로 비화되며 정치권을 뒤흔들었습니다. 민주당이 전통적인 ‘험지’인 대구에 전 국가 수반급 인사를 내세우며 본격적인 공략에 나선 것은 이번 지방선거 최대 변수 중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경제적 불만과 변화 바람
김부겸 후보의 도전에 대구 민심이 호응하는 배경에는 뚜렷한 경제적 불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구는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30년째 전국 꼴찌 수준이며, 지자체 경제 성장률과 재정 자립도 역시 최하위권입니다. 시민들은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가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실망감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김부겸 후보가 국민의힘의 주요 예비후보들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30년째 이어져 온 ‘보수 텃밭’ 이미지에 금이가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정치적 반응이 아니라, 지역 소멸 위기에 대한 경제적 절박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젊은 층을 넘어 중장년층에서도 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현장 르포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당내 분열에 빠진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텃밭에서 벌어진 이 돌발 상황에 효과적인 대응을 못 내놓은 채 당내 분열까지 겪고 있습니다. 김부겸의 출마 선언 직후, 공천 컷오프에서 배제된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주호영 의원은 ‘공천 농단’을 비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진숙 전 위원장도 독자 행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보수 진영 내 분열 가능성은 선거를 3파전 이상의 복잡한 구도로 몰고 갈 수 있어 국민의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는 대여(對與) 투쟁에 집중하며 선거 체제로 전환했지만, 텃밭에서의 내홍과 유력 후보 부재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출발선에서부터 고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 김부겸 후보는 TK 신공항 이전, 대구경북 통합 재추진, AI 산업 유치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여당 후보’로서 중앙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민주당 역시 대구 승리를 최대 격전지로 삼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민선 지방자치 31년 만에 대구에서 이변이 일어날지, 아니면 보수 진영이 결집하여 텃밭을 사수할지, 향후 2개월 간의 공방이 남았습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한 지역의 선거를 넘어, 한국 정치의 지역 구도 변화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