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최대, 연기금의 매도 행진
2026년 6월, 연기금이 코스피에서 2조 3053억 원을 순매도하며 5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최근 일주일간 1조 5638억 원이 집중 매도되어, 6월 전체 매도량의 77%가 단기간에 쏟아져 나왔는데요. 이러한 매도세는 6월 말로 종료되는 국민연금 리밸런싱 유예 조치를 앞둔 선제적 조정으로 풀이됩니다.
국민연금은 지난 5월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상향했지만, 코스피가 2분기에만 약 80% 급등하면서 실제 비중이 31.4% 수준까지 벌어졌습니다. 목표 비중을 크게 웃돈 상황에서 리밸런싱이 재개되면 최대 50~60조 원의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국민연금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며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반도체주 쉬어가고 금융주 들어오고
연기금의 매도는 단순한 전체 시장 회피가 아닌 종목 교체 성격이 뚜렷합니다. 최근 일주일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IT 하드웨어와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순매도했는데요. 반면 삼성생명, 신한지주 등 금융 및 지주주는 순매수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이는 상법 개정과 기업들의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이 금융업종에 수급을 몰아준 결과로 분석됩니다.
문제는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 매도가 반도체주 급락을 가중시켰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 종목 2배 레버리지 ETF의 쇼트감마 구조로 인해 기계적 매도가 발생하면서, 마이크론이 13% 넘게 폭락하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7.87% 하락했습니다. 한국은행은 레버리지 투자 규모가 전년 말 대비 82.4% 급증한 74조 8000억 원에 달한다며 경고했습니다.
달러 강세 속 시장 불안은 언제까지
원·달러 환율이 1541.8원으로 마감하며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미국 6월 서비스업 PMI가 51.3을 기록하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됐고, 달러인덱스가 101.5를 넘어서며 강세를 보였습니다. 외국인 역시 최근 4거래일 동안 11조 7000억 원을 순매도하며 수급 불안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연기금이 기존의 앵커 투자자에서 기계적으로 물량을 내놓는 시장 공급자로 전환됐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AI 투자 수요와 메모리 업황 등 한국 증시의 중장기 펀더멘털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SK하이닉스는 나스닥 ADR 상장을 통해 45조 원을 조달해 설비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고, 금융당국은 저PBR 기업 리스트 공개와 상장폐지 요건 강화로 시장 정리에 나설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