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에서 살아난 11분의 기적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이 한 편의 영화 같은 반전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아르헨티나가 한국 시간 기준 7일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이집트를 상대로 0-2 열세를 딛고 3-2 역전승을 거두며 8강에 진출했습니다. 후반 34분부터 단 11분 만에 세 골을 몰아친 이 경기는 100년 월드컵 역사상 손에 꼽히는 드라마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경기는 이집트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됐습니다. 전반 15분 야세르 이브라힘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아르헨티나는 전반 21분 메시의 페널티킥까지 쇼베이르 골키퍼에게 막히며 흔들렸고, 후반 22분 무스타파 지코에게 추가 실점까지 허용하며 0-2로 밀렸습니다. 당시 아르헨티나의 승리 확률은 0.6%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후반 34분, 메시의 왼발 크로스를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헤더로 연결하며 추격의 불씨를 당겼습니다. 4분 뒤 메시는 곤살로 몬티엘의 패스를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해 2-2 동점골을 터뜨렸고, 후반 추가시간 엔소 페르난데스의 헤더골까지 터지며 3-2 완전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메시는 월드컵 역대 최초로 9경기 연속 골과 통산 21골이라는 대기록을 함께 세웠습니다. 월드컵 통산 페널티킥 성공률은 50%에 불과하지만, 이날 1골 1도움의 활약은 이 모든 약점을 덮기에 충분했습니다.
VAR 파동과 남은 쟁점
극적인 승리와 함께 이집트의 격렬한 항의도 화제입니다. 이집트축구협회는 후반 13분 지코의 추가 골이 VAR 판정으로 취소된 점과 후반 막판 살라의 페널티 에어리어 내 파울이 묵인된 점을 들어 FIFA에 공식 항의서를 제출했습니다. 호삼 하산 감독은 남은 대회 경기를 보지 않겠다며 보이콧을 선언했고, 무스타파 지코는 대회가 조작됐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체스 황제 가리 카스파로프까지 SNS를 통해 FIFA를 맹비난하며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물론 이집트가 지적한 VAR 적용의 이중잣대는 사실이 있어 보입니다. 지코의 골은 먼 곳의 반칙을 이유로 취소됐는데, 직후 아르헨티나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엔 검토조차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FIFA가 이집트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2022 카타르 대회 때 프랑스가 튀니지전에 제기한 이의 신청이 기각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39세 메시, 스위스전에서 새 역사 쓸까
이번 승리로 32강 카보베르데전에서 이어 두 경기 연속 극장승을 거둔 아르헨티나는 64년 만의 월드컵 2연패라는 역대급 도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섰습니다. 8강 상대로는 72년 만에 8강에 진출한 스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는 7월 12일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펼쳐지는 이 경기에서 39세 메시가 또 한 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됩니다.
경기 후 메시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은 인터뷰 도중 오열할 정도로 격한 감동을 드러냈습니다. NFL의 패트릭 마홈스와 NBA의 조쉬 하트 등 미국 스포츠 스타들도 메시를 축구계의 GOAT로 치켜세우며 경의를 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