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 잡으면 입 다물라
영국 국방부가 최근 관용차량에 '국방부 기기 연결 금지'와 '공무 등급 이상 대화 자제' 경고 스티커를 부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기차 내에서의 기밀 대화와 전자기기 연결을 공식적으로 금지한 첫 번째 사례인데요, 이 조치는 중국산 전기차를 통한 정보 유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영국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덴마크, 이스라엘 등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잇따르면서 유럽 전역에 '스파이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킬 스위치 의혹과 백도어
문제의 핵심은 중국산 전기차와 인프라 장비에 내장된 원격 제어 가능성입니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중교통당국은 폐쇄된 광산 갱도에서 중국 위퉁사 전기버스를 시험한 결과, 외부 신호가 차단된 환경에서도 배터리 제어 시스템을 통한 원격 작동 중단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마치 '킬 스위치'가 내장된 것과 같은 상황으로, 적대적 상황에서 대중교통 시스템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유럽 전기버스 시장 1위인 위퉁사 차량에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이 확인되면서, 중국 본사가 유럽을 달리는 버스들을 원격으로 제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데이터 유출 경로 다각화
전기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바퀴 달린 고성능 컴퓨터에 가깝습니다. 영국 국방부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차량 내 마이크를 통한 대화 녹음과 충전 케이블을 통한 스마트폰 데이터 유출입니다. 스마트폰을 차량에 연결할 경우 연락처, 문자 메시지, 위치 기록 등이 차량 메인 컴퓨터를 통해 중국 서버로 전송될 수 있다는 게 보안 전문가들의 경고입니다. 이스라엘은 군 고위 간부에게 지급한 중국 차량 700여 대에서 카메라와 마이크를 물리적으로 비활성화했지만, 소프트웨어 백도어 문제까지 해결하지 못해 결국 전량 회수하는 조치를 취해야 했습니다.
인프라 장비까지 확산된 위험
위험은 전기차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유럽 태양광 인버터 시장의 99.8%를 중국 기업이 장악한 가운데, 이들 장비가 전력망 교란에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태양광 인버터는 인터넷 연결을 통한 원격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한데, 제어 기능이 악용될 경우 지역별 블랙아웃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리투아니아는 이미 안보 위협국 기업의 태양광 설비 원격 접근을 차단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EU 전체에서도 '프로텍트 EU' 전략을 통해 5G, 전력망, 재생에너지 등을 주요 보안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응과 전망
각국 정부의 대응은 본격화되고 있지만, 이미 확산된 중국산 장비를 교체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영국 국방부는 현재 운용 중인 화이트 플릿 차량 745대와 임차 차량 1400여 대에 대한 보안 점검을 강화하고 있으며, MI5는 중국 정보기관의 활동을 감시하는 임무를 강화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신속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EU 전체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중국 측은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데이터는 현지 법률에 따라 관리된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신뢰 회복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탄소 중립 목표와 국가 안보 사이에서 각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주권 확보 논의도 함께 가속화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