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원이 열어둔 숨통
홈플러스가 2,000억 원의 긴급운영자금을 확보하며 파산 직전의 위기를 일단 넘겼습니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전액 연대보증을 서기로 하고,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대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루어졌죠. 이 자금이 확보되면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어, 9월 초까지 회생안을 이어갈 발판이 마련됩니다.
물론 이 합의가 쉽게 나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양측은 대출 규모와 보증 범위를 두고 줄곧 평행선을 달렸는데요. 정치권의 압박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였죠. 민주당은 홈플러스 사태 청문회를 예고하며 책임 소재를 따지겠다고 밞혔고, 이것이 협상에 탄력을 준 측면도 있습니다. 메리츠금융 이사회의 승인만 남았지만, 이 역시 큰 변수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텅 빈 매대와 막힌 환불 길
자금 확보 소식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3일부터 전국 67개 점포가 문을 닫은 상태이고, 일부 매장은 도마나 프라이팬 같은 비식품으로 빈 진열대를 메우는 상황이 벌어졌죠. 소비자들은 홈플러스 상품권을 쓰지 못해 난감한 처지에 놓였는데요.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같은 플랫폼마저 상품권 거래를 차단하면서 현금화할 길이 완전히 막혔습니다. 홈플러스 측이 공식적인 환불 지침을 내놓지 않은 탓에 보유자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의 고통도 심각합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납품업체의 업체당 평균 미정산 대금은 7억 7,400만 원에 달했고, 60일 이상 지급이 밀린 업체도 대부분이었죠. 노동자들 역시 6월 말 기준 급여 체불액이 330억 원에 이르렀고, 퇴직금까지 포함하면 약 1,000억 원의 인건비가 묶여 있습니다. 특히 전체 직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40~60대 중년 여성들은 경력 단절 후 재취업한 경우가 많아 재취업 난관이 두렵기만 합니다.
회생의 조건은 누구의 몫인가
2,000억 원은 숨통을 틔워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홈플러스의 공익채권만 1조 원이 넘고, 유동화증권 상환과 입점 점주 보증금 문제까지 산적해 있죠. 전문가들은 이 정도 자금으로는 영업 재개와 임금 지급에도 벅찰 것이며, 완전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인수자를 유치하는 것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물론 회생절차가 파산보다 협력업체에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파산 시에는 금융권 담보채권이 우선 변제되지만, 회생절차에서는 담보로 묶이지 않은 자산으로 일부라도 변제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과거 티몬·위메프 사태에서 상거래 채권 회수율이 0.75%에 그친 전례를 볼 때, 중소 협력사들의 불안은 여전합니다. 결국 MBK의 추가 자금 투입 의지와 실질적인 M&A 추진 여부가 홈플러스의 마지막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