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거래일 연속 사이드카, 증시의 불안한 주간
2026년 7월 24일, 국내 증시는 이른바 '검은 금요일'을 맞았습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5.72% 급락한 6,690선으로 마감했고, 코스닥 역시 5.32% 밀린 748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이번 주 내내 양대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진기록이 세워졌는데, 이는 시장의 변동성이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날 반도체 대장주들의 하락폭이 유독 컸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7.59%, 8.34% 급락하며 장을 마감했는데,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3조 2천억 원 넘게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린 결과입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 같은 제약주, 그리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방산주는 오히려 강세를 보이며 업종별 순환매 양상이 뚜렷해졌습니다.
유가·금리·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악재
이번 급락의 뇌관은 중동에서 터졌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면서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관문의 리스크가 커졌고,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불안을 키웠고, 이는 곧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연결되었습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7월 FOMC에서 25bp 인상 확률이 33.7%까지 올라갔고, 9월 인상 전망은 80.8%에 달했습니다.
여기에 미국이 한국산 수입품에 12.5%의 강제노동 관세를 부과하면서 대외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졌습니다. 이미 한국은행이 3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상황에서 미국마저 긴축으로 돌아선다면, 글로벌 유동성이 빠르게 메말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짓눌렀습니다. 고유가와 고금리, 고달러가 겹치는 이른바 '3고 현상'은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개인은 사들이고 외인은 팔아치우는 속내
흥미로운 건 투자 주체별 매매 패턴입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합쳐서 5조 7천억 원 이상을 던진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5조 원이 넘는 자금을 순매수하며 저점 매수에 나섰습니다. 다만 시장은 개인의 매수를 받아주지 않았고, 오히려 '저점 매수'가 '지하실 매수'가 되는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이런 급등락이 반복되자 금융당국도 긴급하게 움직였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보완 대책 시행일을 원래 계획보다 크게 앞당겨 7월 3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기본 예탁금을 현금 3천만 원으로 높이고, 괴리율 관리 의무를 2%로 강화하며 매매 단위를 1좌에서 20좌로 늘리는 내용입니다. 이는 레버리지 상품이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사실 이번 주의 급락은 단순한 조정을 넘어 구조적 우려가 깔린 움직임입니다. 전문가들은 AI 투자 사이클의 모멘텀이 꺾인 게 아니냐는 관심에서 벗어나, 이제는 유가와 인플레이션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브렌트유가 4분기에 12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당분간 증시는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