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1만 가구를 둘러싼 정부와 서울의 줄다리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반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지난 7월 24일 열린 비공개 회동에서 양측은 주택 시장 상황과 공급 확대 방안을 두고 의견을 나눴는데요. 가장 뜨거웠던 쟁점은 단연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물량이었습니다.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부동산 공급 대책에서 기존 6천 가구였던 물량을 1만 가구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반면 서울시는 국제업무 중심지라는 본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며 최대 8천 가구가 한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번 회동에서도 양측은 각자의 입장을 재확인한 채 마무리되었고, 구체적인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모두 아직 협의가 완료된 단계가 아니라며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습니다.
정비사업이 늘리는 집, 실제로는 얼마나 될까
용산 갈등이 부각되는 사이, 서울과 경기의 정비사업 현황을 분석한 데이터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수도권 정비사업 1천여 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사업 계획이 확정된 790곳에서 총 23만 가구가 순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만 보더라도 최근 6년간 재건축과 재개발로 5만 5천여 가구가 늘어났는데요. 저밀도 주거지가 고밀도 아파트로 바뀌면서 가구 수가 크게 늘어난 결과입니다.
당연히 이런 통계는 최근 국민 대토론회에서 재개발의 공급 효과가 크지 않다는 취지로 언급된 발언과 배치되는 부분입니다. 문제는 공급 효과가 있다고 해도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점입니다. 정비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평균 8.7년이 걸리고, 사전 절차까지 포함하면 15년에서 20년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의무 임대 비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공사비 갈등 등이 복잡하게 얽혀 사업을 지연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규제 완화냐 신규 공급이냐, 갈림길에 선 주택 정책
오세훈 시장은 이번 면담에서도 민간 재개발과 재건축 규제 완화, 이주비 대출 확대 등을 건의하며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현 정부가 수도권 신규 공급에 무게를 두는 것과 달리, 서울시는 도심 내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해법으로 보고 있는 셈입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추진위원회 구성 절차를 생략하고 인허가를 동시 처리하는 신속통합기획 2.0을 가동 중입니다.
물론 정부도 공급 확대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습니다. 다만 방향은 조금 다릅니다. 정부는 수도권 전반의 신규 공급에 집중하고 싶어 하고, 서울시는 기존 도심의 재건축과 재개발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용산 1만 가구를 둘러싼 입장 차이는 결국 서울 안에서 공급을 늘릴 것인지, 아니면 서울 외곽으로 시선을 돌릴 것인지를 두고 벌어지는 정책적 갈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양측의 협의가 어떤 형태로든 가닥을 잡지 않는다면, 주택 시장의 불확실성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