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된 협상 속 파키스탄의 물밑 중재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파키스탄이 다시 한번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테헤란에 특사를 파견했습니다. 모신 라자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현지 시간 6월 6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 도착해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의 핵심은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군 총사령관의 친서를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전달하며, 대화 재개의 물꼬를 트는 데 있습니다.
무니르 총사령관은 과거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을 성사시킨 핵심 인물로, 이번 친서가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는 중요한 통로가 될지 주목됩니다. 실제로 지난 4월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 때도 양측의 가교 역할을 했고, 나크비 장관은 이전부터 페제시키안 대통령, 갈리바프 의장 등과 만나 협상 재개 방안을 논의해 왔습니다. 하지만 당시 회담 이후에도 핵심 쟁점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남아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적 긴장
물밑 외교가 진행되는 동안 현장에서는 상황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발포하고, 미국은 자폭형 드론을 격추하며 해안 기지를 타격하는 등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란은 지난 4월 휴전 협정을 미국이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긴장 완화 의지가 없다고 비난하고 있는데요.
이란이 미국과의 평화 협상 앞세운 선결 조건 중 하나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레바논 교전의 중단입니다. 반면 레바논은 두 사안을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라 접점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240억 달러 규모의 동결 자산 해제와 핵 프로그램 문제 등이 엇갈리면서 협상은 더욱 험난한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파키스탄 중재의 전략적 무게
물론 파키스탄이 단순한 평화 중재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슬라마바드는 이란과의 경제 협력 확대를 노리고 있으며, 현재 약 30억 달러 수준인 양국 간 무역액을 2028년까지 100억 달러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처럼 중재 외교는 지역 안정이라는 안보적 명분과 함께 파키스탄의 실질적인 국익 증대라는 두 가지 층위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사실 전문가들은 파키스탄의 중재 노력이 지정학적 균형을 잡으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분석합니다. 페르시아만 지역의 불안정성이 커질 경우 전략적 해상 수송로가 위협받고, 이는 파키스탄을 비롯한 주변국 모두의 경제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교착 상태가 길어질수록 중재자로서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는 셈인데요.
다만 향후 협상이 실질적인 합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군사적 충돌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대화의 신뢰가 쌓이기 어렵고, 양측의 핵심 요구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키스탄의 외교적 노력이 진정한 돌파구가 될지, 아니면 일시적인 긴장 완화에 그칠지는 앞으로의 며칠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