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반바지 출근, 불쾌감 논란으로 번지다
2026년 7월, 일본은 역대급 폭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열사병 위험을 줄이고 냉방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도쿄도가 내놓은 '도쿄 쿨 비즈' 정책은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요. 넥타이와 정장 대신 티셔츠와 반바지로 출근해도 된다는 방침이었습니다. 건강과 실용성을 우선에 둔 이 조치는 곧장 뜻밖의 사회적 갈등을 낳았습니다.
정책 시행 이후 일부 여성 직원들은 남성 동료의 맨다리와 다리털을 보는 것이 불쾌하다고 입을 열었습니다. 특히 중장년층 남성의 다리털에 대한 거부감이 온라인에서 확산되면서 '스네하라'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다리를 뜻하는 일본어와 괴롭힘을 뜻하는 단어를 합친 이 말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선 감정적 대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네하라'와 복장 불균형 논란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다리털 자체만은 아닙니다. 제도상 남녀 모두 반바지 착용이 가능하지만, 실제 직장 문화에서는 여성 직원들에게 여전히 스타킹이나 긴 치마를 요구하는 암묵적 규범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일부 여성들은 남성에게만 복장 선택권이 넓어지는 현실이 불공평하다고 주장하며 젠더 갈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한 남성 직원이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자 동료가 다리털이 불쾌하다며 성희롱으로 신고한 사건인데요. 이를 두고 신체적 특징을 성희롱 범주에 넣는 것이 과도한 확대 해석이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여성들이 오랫동안 겪어온 엄격한 외모 기준과 비교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늘어나는 제모 수요와 사회적 합의 과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남성들의 제모 수요를 급증시키고 있습니다. 단순히 미용을 넘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한 '에티켓 제모'로 여겨지면서 레이저 제모를 찾는 남성들이 늘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합니다. 결국 폭염 대책 하나가 개인의 신체 관리 방식까지 사회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한편 일본에서는 이런 갈등과 별개로 기록적인 더위를 피할 기술적 대안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산업용품 업체가 출시한 '인간 냉장고'로 불리는 개인용 냉각 장치는 5도의 냉풍을 몸에 직접 분사해 5분 만에 전신을 식혀주는데요. 온열질환 예방과 에너지 절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도쿄도 관계자는 이번 정책이 특정 복장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혹서기에 더 많은 선택지를 주기 위함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폭염이라는 긴급 상황 속에서도 복장 자율과 타인에 대한 배려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앞으로 어떤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