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경찰, 엇갈리는 진단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고교생 살인 사건, 이른바 장윤기 사건을 두고 정부와 경찰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수사팀의 고의적인 짬짜미와 봐주기 수사를 엄중히 질타하며 경찰 내부 비리를 척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부실 수사로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고 수사 시스템을 철저히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겁니다.
하지만 같은 날 경찰청은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의 부실 수사 논란이 조직적 문제라기보다는 개인의 비위에 가깝다고 선을 그었고, 수사팀에 대한 감찰이 자체적으로 이루어진 점을 들어 오히려 자정능력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정부의 쇄신 의지와 경찰의 방어적 자평 사이의 괴리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자정능력'이라는 경찰의 해명
경찰청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수사 과정의 미흡함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담겨 있습니다.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드러난 11가지 미흡 사항에 대해 경찰은 모두 보완수사 요청만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블랙박스 SD카드 누락이나 피의자 부친 주거지 압수수색 미실시 등도 재수색이나 보완수사 요구로 대체할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검찰이 단순 살인에서 강간 등 살인으로 죄명을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경찰은 핵심 증거를 이미 확보해 송치했으며 검찰이 일부 증거만 보강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범행 전 성범죄 시도가 명확하지 않아 우선 살인 혐의로 송치했다는 해명도 덧붙였는데요. 경찰은 이번 사건이 오히려 조직의 자정능력을 보여준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해명이 국민의 불안과 의구심을 충분히 해소할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쇄신 약속과 내부 통제의 과제
윤호중 장관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수사팀의 짬짜미 수사를 인정하고 고강도 내부 통제 대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유 직무대행은 정부가 제시한 방안 외에도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 통제 장치를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런 공식적인 입장과 달리 국회 보고서를 통해 경찰이 내놓은 해명은 사실상 수사 논란을 조직의 문제가 아닌 개인 차원으로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 장윤기 사건은 단순히 한 건의 살인 사건을 넘어 경찰 조직의 수사 공정성과 투명성을 묻는 사안으로 커졌습니다. 국민들은 증거 인멸 의혹과 부실 수사가 단순 실수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문제인지를 명확히 알고 싶어 합니다.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려면 제도적 보완을 넘어 실질적인 책임 있는 태도가 뒤따라야 합니다. 정부의 쇄신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경찰 내부에서도 현재의 방어적 논리를 넘어선 성찰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