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만에서 불가리아까지 이어지는 위협
이란이 미국을 향해 이례적으로 넓은 범위의 경고 메시지를 내놓고 있습니다. 모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신임 사무총장은 미국이 경제 봉쇄에 나설 경우, 호르무즈해협을 넘어 페르시아만 전체에서 석유 한 방울도 나가지 못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얀부항이나 아랍에미리트의 푸자이라항 같은 다른 수출 경로까지 타격 대상에 포함시켰는데요, 이는 말 그대로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총차단을 암시하는 발언입니다.
이와 거의 동시에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불가리아를 향해 또 다른 경고를 던졌습니다. 불가리아 의회가 베즈메르 공군기지에 미군 공중급유기와 병력 배치를 승인한 것을 문제 삼으며, 유럽 내 미군 자산 역시 대응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시사했습니다. 이란이 중동 해협과 유럽 대륙이라는 서로 다른 두 축에서 동시에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호르무즈와 나토, 두 개의 화약고
레자이 총장의 발언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호르무즈해협이 지닌 전략적 가치 때문입니다. 이 해협을 통해 세계 원유의 상당 부분이 수송되며, 이란이 해안선의 50% 이상을 소유하고 있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는 미국이 약속한 의무를 이행할 때 중앙 수로를 개방하겠다고 조건을 달았지만, 이는 협상 여지를 남긴 것이지 긴장 완화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불가리아 베즈메르 기지는 나토 동남부의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이곳에서 중동으로 향하는 미군 작전의 후방 지원이 이루어지며, 흑해와 접한 이 지역은 우크라이나 보급로가 지나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심장부이고, 불가리아는 나토의 동남부 방패입니다. 이란이 이 두 지점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달라집니다.
확전의 늪과 국제사회의 시험대
문제는 이러한 위협이 단순한 말장난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란은 이미 약 3,780km 떨어진 표적을 상정한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성공시킨 바 있어, 불가리아 내 미군 시설이 실제 타격 범위 안에 들어 있습니다. 만약 나토 회원국 영토에 공격이 가해질 경우, 나토 헌장 제5조에 따른 집단방위 논의가 불가피해지고 유럽 전체의 안보 지형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물론 나토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미 군사 자원이 분산된 상태입니다. 중동 갈등까지 겹치면 유럽의 방위 태세에 상당한 부담이 가해질 겁니다.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지역 갈등을 넘어 유럽 안보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 금융과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을 가중시키며, 전 세계적으로 피부로 느껴지는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