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만 그루, 전국으로 번진 병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2026년 5월 기준 전국 감염목은 177만2985그루로, 1년 전보다 28만 그루 이상 늘었습니다. 감염 지역도 154개 시·군·구에서 166개로 확대됐는데요. 피해가 커지면서 방제의 무게도 사후 처리에서 사전 차단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매개충의 우화 시기가 빨라지고 활동 기간이 길어진 데다, 온난화와 가뭄으로 소나무가 약해졌다는 분석입니다. 재선충은 나무 내부의 수분 이동을 막아 수개월 안에 고사시키며 사실상 치료법이 없습니다.
800킬로미터 방어선
산림청은 2030년까지 전국에 약 800킬로미터의 국가방제벨트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피해 지역 외곽에 폭 4킬로미터의 벨트를 두고, 2킬로미터 핵심 구역과 2킬로미터 완충 구역으로 나눠 청정지역 확산을 막는 구조입니다. 국가가 예찰과 방제를 직접 맡아 지역별로 끊기던 대응을 하나의 방어선으로 묶겠다는 겁니다.
벨트 안에서는 숲가꾸기와 예방나무주사, 수종전환 등을 지역 특성에 맞춰 시행합니다. 올해 하반기 울진과 경북 북부 국유림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2027년부터 순차 확대할 계획입니다. 산림청은 2023년 국가방제전략을 세우고 방제단을 구성했습니다.
지방 재정과 생활권 안전
경기도의 재선충병 고사목은 11만6665그루로 전년 대비 67.8퍼센트 증가했고, 가평군은 5년간 피해가 16배 늘면서 방제 예산이 8억2800만 원에서 35억1800만 원으로 뛰었습니다. 방제 효과를 유지하려면 국비 지원과 추가 예산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진주시는 도로변과 등산로, 주거지 주변의 피해목을 우선 제거하는 특별방제에 나섰습니다. 이달부터 내년 5월까지 30명 규모의 산림 재난대응단을 운영하고, 피해가 반복되는 지역에서는 수종전환을 확대합니다. 고사목 수집·파쇄 비율은 86퍼센트까지 높이고, 양봉장과 친환경농업단지 인근에서는 약제 살포를 제한할 방침입니다.
관건은 속도와 지속성입니다. 국가방제벨트가 효과를 내려면 현장 예찰과 사후관리가 끊기지 않아야 하고, 지방 재정 부담을 덜어줄 지원 체계도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소나무 숲을 지키는 일은 이제 산림 당국만의 과제가 아닌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