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선, 지배구조 시험대
금융지주 자회사 CEO 인선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5대 금융지주에서 연말까지 54명, 8대 지주로 넓히면 70여 명의 대표 임기가 끝나는 데다 5대 은행장도 모두 12월 31일 임기를 마칩니다. 하나금융그룹은 26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하나은행과 하나증권,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하나생명, 하나저축은행 등 6개 계열사 CEO 후보를 각각 3명 이내로 압축했습니다. 이번 인선은 지주 회장 중심의 인사 관행과 자회사 임추위가 실제로 얼마나 힘을 쓰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입니다.
개선안, 11월 초 윤곽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있습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후보군 선정부터 검증, 평가까지 사전에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선이 끝난 뒤에는 승계 절차 전반을 사후 점검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11월 초 당정협의를 거쳐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관건은 발표 시점과 내용입니다. 회장 3연임을 전면 금지하기보다 주주총회 특별결의 등 절차를 손질하는 방안이 논의되는데, 개선안이 3월과 7월 약속을 넘긴 만큼 인선 현장에서는 규정의 윤곽을 먼저 확인하려는 분위기입니다. 홍콩H지수 ELS 과징금 최종 결정도 11월 초 정례회의에서 나올 예정이어서 금융당국의 정책 행보가 연말 인사와 맞물릴 전망입니다.
임추위는 들러리인가
쟁점은 자회사 임추위의 실질 권한입니다. 현행 법은 임추위의 후보 추천만 규정하고 구체적인 승계 절차는 각 지주 내부 규정에 맡기고 있습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은 후보 추천권 부여나 평가 참여, 외부 전문기관 점검 등을 도입했지만 KB금융은 기존 절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2024년 행장 선임 때 임추위 회의가 세 차례 70분에 그쳐 사외이사 선임 회의 130분보다 짧았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절차가 있어도 형식에 그치면 지배구조 개선은 어렵습니다. 금감원은 28일 8대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나 독립성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사후 점검이 후보군 구성과 평가 기준, 이사회 의사결정까지 들여다보는 실질 검증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