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돌아온 친일재산 추적
배우 하영의 증조부인 안상호 의사의 친일 행적이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성씨와 본관만 입력하면 관련 인물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조상의 족적을 쉽게 추적하는 이른바 뿌리찾기가 새로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는데요. 이런 가운데 정부가 16년 만에 친일재산조사위원회를 다시 세우기로 결정했습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활동했던 1기 위원회는 친일반민족행위자 168명의 토지 2,359필지를 국가에 귀속시키며 당시 기준 2,373억 원을 환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재산을 처분한 후손을 추적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미완의 과제로 남았고, 이후 16년간 제도적 공백이 이어졌습니다.
팔아도 되돌려받는다, 환수 범위 확대
오는 12월 3일부터 시행되는 특별법은 과거의 한계를 상당 부분 보완합니다. 법무부는 2기 조사위원회를 통해 최소 325억 원 이상의 친일재산을 추가로 환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이미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처분한 재산의 대가까지 환수 대상에 포함시킨 점입니다. 숨겨진 재산을 찾아내 신고하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새로 마련됐습니다. 다만 모든 논란이 환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안상호 의사의 경우 정부가 지정한 1,006명의 중대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고, 민간 연구단체의 인명사전에도 실리지 않은 상태라 2기 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설령 조사에 들어가더라도 반드시 친일 행위의 대가로 축적한 재산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므로, 정상적인 사업 활동으로 형성된 재산과는 엄격히 구분됩니다.
역사적 정의와 후손의 경계
이번 조사를 두고 연좌제 논란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헌법은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어 조상의 과오가 후손의 법적 불이익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인데요. 그러나 정부는 부당하게 축적된 재산의 대물림을 막는 것과 개인의 죄를 묻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입니다. 환수된 재산은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의 복지 증진에 우선적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역사 속에서 안상호와 같은 선택도 있었지만, 김익남 의사처럼 민족의학을 위해 헌신한 삶도 있었습니다. 결국 뿌리찾기의 무게는 조상의 족적을 마주하는 후대의 태도에서 나오며, 어두운 역사는 삶의 경계로 삼고 당당한 유산은 가르침으로 삼는 성찰의 과정이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