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두 개의 AI 시장
같은 AI인데 미국과 중국의 온도차가 극명합니다. 메타는 950억 달러 규모의 주식 발행을 계획했고, 앤스로픽은 1,000억 달러 이상 조달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반대로 중국 본토의 스타50 지수는 고점 대비 40% 급락하며 약 4,800억 달러, 우리 돈 636조 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습니다. 자금이 몰리는 시장과 빠져나가는 시장으로 정확히 갈린 겁니다.
메타의 방식은 공격적입니다. 보통주와 의무전환우선주로 350억 달러를 조달하고, 내년 1분기부터 최대 600억 달러를 더 확보할 계획입니다. 설비투자는 1,450억 달러까지 늘어납니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6% 늘었지만, 투자 지출 탓에 잉여현금흐름은 21억 2,000만 달러 적자를 냈습니다. 번 돈이 아니라 빌린 돈으로 투자하는 국면에 들어선 셈입니다.
100배 PER이 남긴 것
중국 쪽 충격은 숫자로 더 선명합니다. 스타50의 주가수익비율은 100배 안팎으로 나스닥100의 30배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AI 관련주는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 시가총액의 42%, 거래대금의 57%를 차지했습니다. 시장 전체가 AI라는 한 방향에 걸려 있었던 겁니다.
개별 종목의 낙폭도 컸습니다. 로봇 기업 유니트리는 상장 이후 주가가 반토막 났고, 창신메모리는 한 달 새 25% 넘게 빠졌습니다. GPU 기업 무어스레즈와 메타엑스도 7월 이후 주가가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습니다. 27일 상하이·선전 증시에서도 기술주 약세가 이어지며 CSI300 지수는 11주 연속 하락이라는 최장 기록을 세웠습니다.
배경에는 정책이 자리합니다. 개인 저축을 증시로 끌어들여 기술 산업에 자금을 대려던 구상이 흔들린 겁니다.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이 계획을 접었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조정론과 거품론이 맞서고 있습니다.
메모리 실적이 답을 준다
이제 시선은 한국으로 옮겨갑니다. SK하이닉스는 28일, 삼성전자는 29일 3분기 실적을 내놓습니다. 블룸버그는 두 회사와 키오시아, 창신메모리를 AI 수요 지속성을 가늠할 핵심 기업으로 꼽았습니다. 네 곳의 합산 시가총액은 2조 달러에 이릅니다.
관건은 주문입니다. 매출과 이익은 크게 늘 것으로 보이지만 생산 확대와 수요 불확실성이 겹쳐 있습니다. 창신메모리의 D램 증설은 공급 과잉을 부를 수 있고, 장기 계약과 고객사 구매 계획이 실제 숫자로 확인돼야 합니다. 메모리는 AI 수요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이번 실적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가를 시험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