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시민들이 외친 평화
2026년 9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빌딩 앞은 시민들로 가득 찼습니다. 종교 단체부터 시민사회, 정당까지 540여 개 단체가 모여 호르무즈 해협 파병 반대 시민대행진을 진행했는데요. 약 2,000명의 시민이 주한미국대사관을 거쳐 청와대까지 행진하며 정부의 파병 거부를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번 파병 논의가 청년들을 위험에 내몰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전쟁의 뒤처리를 한국 청년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 큰 배신감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경제적 이익과 국민의 생명은 저울질할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행진 내내 이어졌습니다. 조계종 선우 스님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헌법의 평화 유지 정신과 생명 존중 원칙을 들어 파병 논의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미국의 압박과 이란의 경고 사이
정부가 내놓아야 할 결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을 거론하며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 참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는 수천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반도체 관세 협상, 그리고 북미 대화의 불씨까지 얽혀 있는 복잡한 외교 현안입니다.
반면 이란은 파병 참여국을 군사적 침략에 공모하는 것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경고했습니다. 우리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항로 안정은 중요하지만, 전투 병력 파견 시 이란의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투 병력 파병은 이란의 표적이 되어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파병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며 선을 긋고 있지만, 11월 미국 중간선거와 한미안보협의회를 앞두고 결정의 시간이 촉박해지고 있습니다.
갈림길에 선 선택의 무게
파병 논란은 범여권 내부에서도 심각한 갈등을 낳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진보 정당을 중심으로 파병 반대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는데요. 여론조사에서도 파병 반대 여론이 55%로 찬성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층과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각각 66%, 69%가 반대 입장을 보여 지지 기반의 이반이 우려됩니다.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 때보다 변수가 더 복잡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유엔 결의 부재와 나토 회원국들의 소극적 태도, 그리고 이란의 직접적인 반발이라는 부담이 겹쳐 있습니다. 파병이 결정되더라도 비전투 부대를 보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국회 동의를 얻기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시민단체들은 오는 15일 청와대 앞에서 다시 모여 파병 거부를 외칠 계획인데, 정부의 선택에 따라 향후 정국의 주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