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1호 확정에 원전주 들썩
한미 관세 협상 후속으로 추진되는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의 첫 프로젝트가 가시화되면서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에 6.3GW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데요. 이는 인근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규모는 양국 간 절충을 거쳐 약 223억 달러로 조율되었습니다.
가스발전소를 시작으로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LNG 개발 등 후속 프로젝트가 본격 논의될 전망입니다. 특히 원전 건설 가능성이 구체화되면서 국내 원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과 노후 원전 교체 주기가 맞물려 대형 원전에 대한 실질적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원전 사업의 핵심 쟁점은 노형 선택에 따라 수혜 기업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AP1000이 확정되면 현대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가 주요 물량을 확보하고, APR1400이 포함되면 한국전력기술과 두산에너빌리티가 각각 설계와 기자재를 맡게 됩니다.
숨은 리스크와 재무 부담
확정 소식에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투자 구조를 뜯어보면 상당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합의된 2,000억 달러 규모 투자의 핵심 안전장치였던 '우산형 SPV' 구조가 최근 사실상 해제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여러 프로젝트의 수익을 통합 관리해 손실을 상쇄하는 방식이었는데, 프로젝트별로 손익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안전판이 사라졌습니다.
이번 변경으로 사업성이 불투명한 대형 원전이나 알래스카 가스 파이프라인 등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 부담을 한국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더욱이 정부는 양해각서 규정을 어기고 이달 중 22억 달러 이상의 첫 투자금 송금을 추진하고 있어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거센 상황입니다.
여기에 한전과 한수원을 통한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추진도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한전의 부채는 이미 210조 원을 넘어섰고, 올해 상반기에만 2조 1천억 원의 이자 비용을 지출했는데요. 웨스팅하우스는 과거 사업 침체로 주인이 네 차례나 바뀐 고위험 기업입니다. 전문가들은 투자 실패 시 그 손실이 결국 국내 전력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
대미 투자는 한미 전략적 협력 강화 차원에서 의미가 크지만, 구체적인 실행 과정에서는 여러 딜레마가 존재합니다. 원전 노형 확정 문제는 물론, 투자금 회수 구조의 변경과 막대한 재무 부담이 겹쳐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성과를 서두려는 정치적 일정이 투자 결정에 미칠 영향도 지켜봐야 합니다.
결국 이번 투자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투명한 정보 공개와 철저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각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재무적 타당성을 면밀히 따져본 뒤, 국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부는 조만간 국회 상임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한 뒤 미국과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충분한 공론화가 이루어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