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가 23일 공개됐습니다. 국민이 희망하는 미래의 우리나라 모습으로 ‘정치적으로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31.9%)가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28.2%)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1996년 조사 시작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에 대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46.9%로 ‘낮다’(21.8%)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
민주주의, 경제를 앞서다
이번 결과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령 사태 이후 국민 인식의 변화를 반영합니다. 당시 정치적 위기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해결되면서 많은 국민이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경제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온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경제를 앞지른 것은 30년 만의 일로,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경제성장 이상으로 여기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중산층 인식은 높아졌지만, 행복도는 떨어졌다
경제적 계층 인식에서는 자신을 ‘중산층 이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60.5%로 2022년 대비 18.1%p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행복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65%에서 51.9%로, 삶의 만족도도 63.1%에서 52.9%로 각각 13.1%p, 10.2%p 하락했습니다. 경제적 지표와 주관적 행복감이 괴리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갈등과 불안, 미래 불확실성 등이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실제로 집단 간 갈등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진보와 보수’ 갈등이 82.7%로 가장 높았고, ‘수도권과 지방’(69%), ‘남성과 여성’(61.1%) 순이었습니다.
갈등과 과제, 그리고 미래
한국 사회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빈부격차’(23.2%)가 1위를 차지했으며, ‘일자리’(22.9%), ‘부동산·주택 문제’(13.2%)가 뒤를 이었습니다. 빈부격차는 2022년보다 2.3%p 상승하며 일자리 문제를 앞질렀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진 것입니다.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50.9%가 ‘연장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AI 활용 경험은 55.2%에 달하는 등 다양한 변화가 포착됐습니다.
이번 조사는 국민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빈부격차 해소와 사회 갈등 완화, 행복도 제고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국민의 목소리가 담긴 이 조사 결과가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