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전역을 향한 미사일 공세
예멘 친이란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한 대규모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0일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에 미사일과 드론이 떨어져 13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쳤으며, 다음 날에도 같은 공항이 다시 타격을 받아 1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했습니다. 일주일 사이 사우디 주요 공항에서 숨진 사람은 미국인 1명을 포함해 최소 20명에 이릅니다.
후티는 사우디가 하루 만에 124차례 공격을 퍼부은 데 대한 보복이라며, 메카와 메디나 성지 공항을 제외한 사우디 전역을 작전 대상으로 삼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담맘의 킹파흐드 공항과 아람코 석유 시설도 위협 목록에 올랐습니다. 사우디 연합군은 리야드를 향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밝혔고, 리야드 시내에서는 세 차례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마비된 하늘길과 치솟는 유가
여파는 항공과 에너지 시장으로 곧바로 번졌습니다. 리야드 공항은 17일까지 폐쇄가 예고됐고, 루프트한자와 에어프랑스-KLM 등이 노선을 멈추면서 사우디 관련 항공편 1,100여 편이 취소됐습니다. 미국 연방항공청과 프랑스, 독일 등도 자국 항공사에 사우디 상공 비행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에너지 시장의 반응도 즉각적이었습니다. 공급 차질 우려로 브렌트유는 1.8% 오른 배럴당 105달러를 넘어섰는데, 9월 15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리야드 인근에서 열리던 국제 석유 회의에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대거 불참하며 행사가 파행을 맞았습니다.
사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충돌을 넘어선 문제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베리아 항로가 닫힌 데다 이란과 이라크 영공까지 봉쇄되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대안 노선이 사우디로 몰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재와 확전 사이
외교적 움직임도 포착됩니다. 이란 외무부는 후티와 사우디의 충돌을 중재하겠다고 밝혔고, 양국 외무장관은 전화로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다만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초대형 유조선을 잇달아 타격했다고 발표하면서 중재의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붙습니다.
미국의 개입 여부도 변수입니다. 후티 정치국원 무함마드 알 부카이티는 미국이 예멘 내전에 개입하면 역내 미국 이익 시설에 신속한 보복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와 후티 간 전투 참여 가능성을 살펴보겠다고 언급한 상태입니다. 사우디가 추진해 온 비원유 산업 다각화 전략까지 흔들리면서 중동 정세는 당분간 안갯속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