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대적인 술자리가 낳은 비극
지난해 10월 광주 광산소방서에서 근무하던 20대 여성 소방관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당시 소방본부는 약혼자와의 갈등을 사망 원인으로 발표했지만, 이후 드러난 정황은 전혀 달랐습니다. 상사들의 과도한 음주 강요와 회식 참여 압박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 사건을 '최악의 직장 내 갑질'로 규정하며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특히 여직원을 상사 옆자리에 앉히고 술 따르기를 강요하는 구시대적인 행태가 여전하다며, "술이 싫다는데 왜 원샷을 시키느냐"고 비판했습니다.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 술자리 강요와 사적 심부름 지시 등이 모두 사실로 확인됐고,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 처분 의견이 이번 주 중 소방청에 정식 통보될 예정입니다.
은폐와 묵살, 피해를 키운 조직의 부패
이번 사건의 심각성은 갑질뿐 아니라 이후의 조직적 은폐에서도 드러납니다. 유족과 약혼자는 고인이 술자리 강요로 고통받았다고 호소하며 카카오톡 메시지 등 증거를 제출했는데요. 하지만 광주소방본부는 감찰 요구를 5개월 넘게 묵살했고, 사건을 개인 사생활 문제로 축소하려 했습니다. 소방청 항의 방문 뒤에야 조사가 시작됐는데, 이 과정에서 유족과 남자친구에게 큰 2차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사망 원인을 왜곡한 공문으로 인해 부정확한 소문이 퍼지면서 유족의 고통은 가중됐습니다. 현재 광주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도 관련 내사를 진행 중이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해 가해자들의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사각지대에 놓인 공무원들
이번 비극을 계기로 공직사회의 구조적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공무원들은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제도가 공무원에게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인데요. 이로 인해 갑질 행위에 대한 과태료나 벌칙 조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국민권익위원회 등을 통한 고충 처리도 강제성이 떨어지는 실정입니다. 공노총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7월 13일 국회 토론회를 열고 법적 개선을 촉구할 계획입니다. 소방청도 전국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에 나서고 조직문화 혁신 TF를 구성했습니다. 또한 2020년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감사 기능이 지방자치단체에 머물러 있던 반쪽 국가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감사·감찰 권한 재설계 연구용역에 착수했습니다. 서울 소방은 이와 별도로 음주문화 선제개선과 지휘관 책임제를 도입하며 조직 문화 쇄신에 나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