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 겪어본 가계, 고환율에도 소비 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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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수정 · 2026년 10월 1일 오후 4:48

발행: 2026년 10월 1일 오후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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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1998~2024년 노동패널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환율 급등을 반복적으로 겪은 가계일수록 고환율 국면에서 소비를 덜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X세대와 저자산·고DSR 가계에서 적응 효과가 두드러진 반면 MZ세대는 소비를 더 줄였습니다. 연구진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계층 간 소비 격차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반복된 충격이 만든 '소비 내성'

환율이 급등할 때 가계 소비가 얼마나 위축되는지를 두고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1998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환율급등 경험과 가계소비 간의 관계 분석' 보고서인데요. 환율 급등을 여러 차례 겪은 가계일수록 고환율 국면에서 소비를 덜 줄이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은 47.1% 뛰었고, 소비자심리지수는 64까지 떨어졌습니다. 이후 5분기 동안 소비가 회복되지 못했죠. 반면 2000년 IT 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2022년 이후 급등기에는 소비가 일시적으로 위축된 뒤 비교적 빠르게 되돌아오는 흐름이 관찰됐습니다.

세대별로 갈린 적응력

적응 효과는 세대에 따라 뚜렷하게 갈렸습니다. 19651979년생 X세대는 환율이 높아질 때 소비에 플러스 효과가 나타난 반면, 19801995년생 MZ세대는 소비를 더 줄이는 마이너스 효과를 보였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에 뛰어든 X세대가 반복된 환율 충격을 학습한 결과라는 해석입니다.

자산이 적은 가계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은 가계에서도 적응 효과가 두드러졌습니다. 지출 항목별로는 기초소비재보다 통신비, 차량 유지비 같은 선택재에서 차이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다만 2020년 코로나19 때는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5분기 연속 소비가 줄어든 예외 사례도 있었습니다.

정책에 남은 과제

연구를 이끈 최영준 한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의 적응적 소비 행태가 세대와 소득 수준별로 이질적이라고 짚었습니다. 정부가 단기 충격 완화와 함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가계의 적응을 지원해야 한다는 제언입니다. 외환보유액 확충이나 통화스와프 같은 거시 안정 조치가 적응에 기여했을 가능성도 언급됐습니다.

다만 환율 급등 경험이 실업 증가나 소득 감소 같은 다른 거시 충격과 겹쳐, 환율 자체의 효과를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계층 간 소비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