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반도체주 급락 속 엇갈린 투자자 움직임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대형 기술주들이 동반 급락했습니다. 28일 오전 기준으로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10% 넘게 밀린 163만 2천 원을, 삼성전자 역시 8% 이상 하락한 23만 2천 5백 원을 기록했는데요.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가 가중된 겁니다.
이런 조정 속에서 투자자들의 행보는 뚜렷하게 갈렸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메모리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도세를 이어갔고,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7,000 포인트 이상 구간에서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투자 수익률 상위 1%에 해당하는 주식 초고수들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했죠.
메모리 덜고 소부장 담는 외국인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보여주는 흐름은 단순한 차익 실현을 넘어선 포트폴리오 재편의 성격이 짙습니다. 그동안 높은 비중을 유지해 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대형주에서 자금을 빼낸 뒤, 인공지능 반도체와 고대역폭 메모리 공정의 핵심을 이루는 소재·부품·장비, 이른바 소부장 기업들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습니다.
이런 리밸런싱은 반도체 산업의 경쟁 중심이 생산량에서 공정 기술과 핵심 소재의 경쟁력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겁니다. 외국인들은 특정 대형주에 편중된 리스크를 줄이고 국내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의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죠. 결국 외국인의 관심은 메모리 가격 사이클에서 벗어나 공정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기업군으로 재편되고 있는 셈입니다.
반면 초고수들의 매매는 조금 다른 논리를 보여줍니다. 미래에셋증권 데이터를 보면 이들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했고, SK텔레콤도 함께 담았습니다. 다만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비용 부담이 커진 네이버나 단기 급등했던 LS ELECTRIC 등은 순매도 대상으로 삼았죠. 이들은 단기 조정이 과도했다고 판단하고 대형주의 반등 가능성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7,000선은 심리적 분수령
코스피 7,000 포인트는 현재 시장에서 중요한 심리적 가격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메리츠증권 분석에 따르면 이 구간에서 개인의 순매수가 크게 늘어난 반면 외국인의 매도세도 함께 확대되면서 저항과 지지가 교차하는 뚜렷한 구간이 형성되었는데요. 특정 가격대에 거래대금이 집중된다는 건 많은 시장 참여자가 관여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향후 방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최근 은행이나 화장품, 건강관리 등 저변동성 업종이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업종 순환매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달 22일 고점 이후 코스피가 2,300 포인트 넘게 하락하는 동안 반도체 업종이 전체 낙폭의 80%를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의 흐름이 실질적인 자금 이동인지, 아니면 반도체주 쏠림 현상에 따른 일시적 왜곡인지는 앞으로의 지속 여부를 통해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