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지방을 동시에 움직이는 이전
한성숙 국무총리가 최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을 국가 균형발전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시대적 과제로 규정했습니다. 이전 대상 기관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연내 세부 추진 계획 수립을 지시했는데요. 사실 이번 이전은 수도권과 지방에 각각 다른 형태의 기회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수도권에서는 공공기관이 떠나는 자리를 주택 공급과 대규모 개발로 채우는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여의도의 한국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종로구와 중구의 금융기관 부지 등이 거론되며, 과천 경마장과 국군방첩사령부 이전으로 9,800호, 동대문구와 은평구 기관 이전으로 각각 1,500호와 1,300호의 주택을 공급하는 계획이 이미 세워졌습니다. 서울 도심의 귀한 부지를 주거지로 전환해 부족한 주택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반대로 지방에서는 건설 수요가 늘면서 침체된 건설업계에 숨통이 트이고 있습니다. 1차 이전 당시 153개 기관과 5만 2천여 명이 지방으로 이동하며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해소되고 인구 유출 속도가 둔화되는 효과가 나타났는데요. 강원특별자치도는 2차 이전에 대비해 혁신도시에 최대 1만 명 규모의 업무 공간을 확보하며 유치 경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난 아파트 특별공급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가장 민감하게 떠오른 건 이주 공무원들의 주거 안정 문제입니다. 법무부와 경찰청 등 중앙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만 해도 약 3,750명의 신규 주거 수요가 발생하는데요. 이에 조상호 세종시장이 2021년 폐지된 아파트 특별공급 제도의 재개를 공식적으로 건의하며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당연히 과거 전례가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이전 직원들에게 분양 물량의 최대 70%를 배정하던 이 제도는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와 실거주 위반 등의 부작용으로 감사원이 116명의 부적격 당첨자를 적발할 정도로 문제가 컸습니다. 결국 2021년 전격 폐지되었던 제도인 만큼, 이번에 부활하려면 실거주 의무 강화와 전매제한 확대 등 과거의 허술함을 메우는 보완책이 필수적입니다.
전문가들은 특별공급을 일반 분양과 동일한 조건으로 되돌리기보다, 임대주택 및 전세 지원을 확대하거나 지역균형발전 특별공급 규정을 활용해 공급 물량을 10% 범위로 제한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합니다. 세종시의 주거 안정 요구와 일반 청약자들의 형평성 사이에서 정부의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연내 계획 수립을 앞둔 과제
정부는 공공기관 2차 이전의 원칙으로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하는 방향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이전을 넘어 지방 혁신도시를 비즈니스 거점으로 육성하고, 기관 간 협력을 통해 지역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다만 이전 대상 기관들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직원들의 주거 문제, 그리고 지역 주민과의 갈등까지 고려해야 할 변수가 적지 않습니다.
물론 균형발전이라는 목표 자체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부적인 마찰을 어떻게 줄이느냐는 점인데요. 정부가 연내에 발표할 세부 추진 계획에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충분히 반영될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공공기관 이전이 단순한 부지 이동을 넘어 국가적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