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닥공' 갈등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추진하는 이른바 '닥공' 정책이 주요 사업지마다 주민들과의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 염창공원을 비롯해 과천 경마공원, 태릉 골프장, 용산공원 등 대규모 부지에서 반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염창공원 일대에서는 650여 명의 주민이 단체대화방을 꾸려 집회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이러한 갈등의 핵심은 주민들이 해당 지역의 기반시설과 생활 여건이 공급 물량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보는 데 있습니다. 단순히 주택을 많이 짓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겁니다.
염창공원을 둘러싼 구체적 우려
염창공원 부지는 2006년 민간 개발이 무산된 뒤 오랫동안 방치되어 왔습니다. 주민들은 이곳에 공원이나 생활편의시설이 들어서기를 기대해 왔는데, 갑작스러운 공공주택 건립 계획이 발표되면서 불만이 커졌습니다. 사업지 진입로가 협소한 데다 인근 아파트 통합 재건축 공사까지 겹칠 경우 교통 정체가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큽니다.
또한 강서구는 이미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9.8%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여기에 추가 공급이 이루어질 경우 임대주택이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는 점도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교통 대책과 주거 형태의 균형이라는 구체적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주민들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이런 문제는 염창공원만의 일은 아닙니다. 과천과 태릉 지역 주민 단체는 오는 8월 28일 국회 앞에서 연합 집회를 열 계획이며, 다른 사업지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용산공원 개발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
용산공원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을 두고는 중앙정부와 서울시, 여야 간의 정치적 공방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급 확대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두고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계략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집값 상승이 보수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전략적 행동이라는 해석인데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용산공원 부지의 공급 여력이 있다면 지금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김영배 의원은 서울의 1인 가구가 40%, 2인 가구까지 포함하면 67%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1~2인 가구용 공공주택 공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재개발과 재건축 중심의 공급 정책이 기득권만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여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 시장의 태도가 일관성이 없다고 직접 꼬집었습니다. 젊은 층의 선호를 이유로 서리풀지구 그린벨트를 해제했으면서, 역시 젊은 층이 선호하는 용산공원 개발에는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서울시와의 협의보다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권한을 활용해 공급 대책을 강행하는 이른바 직진 기조를 유지할 전망입니다.
물론 신보연 세종대 교수는 정부의 공급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지자체와 주민의 반대가 계속되면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주변 기반시설과 생활 편의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선결 과제라는 조언인데요. 정책의 속도를 내는 것만큼 주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