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에 등장한 스마트 안경
올해 수능을 앞두고 스마트 안경, 이른바 AI 안경이 새로운 부정행위 도구로 떠올랐습니다. 테가 얇고 카메라 렌즈가 눈에 띄지 않는 데다 일반 안경과 겉모습이 거의 같아서 시험장에서 육안으로 걸러내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교육부는 수능 중 스마트 안경을 착용하면 시험을 무효 처리하고 내년 수능 응시 자격까지 박탈하는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문제는 현장 대응력입니다. 수능 매뉴얼에는 AI 안경이 의심되면 점검하도록 적혀 있지만, 교원단체가 교사 27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2%가 현행 감독 절차만으로는 착용 여부를 식별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금속 탐지기로도 일반 안경과 구분되지 않고, 전파 탐지기 도입도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뿔테 안경이 의심받는 교실
가장 곤란한 쪽은 아무 잘못이 없는 수험생들입니다. 뿔테 안경이 스마트 안경과 비슷해 보인다는 이유로 오해를 살까 봐 테가 얇은 안경으로 바꾸거나 콘택트렌즈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한 수험생은 AI 안경 이야기를 듣고 두려운 마음에 안경을 바꿀까 고민한다고 전했고, 감독관의 점검이 시험 집중에 부담이 될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안경원에는 최근 1~2주 사이 스마트 안경 관련 상담 문의가 급증했습니다. 부정행위를 막겠다는 취지가 선의의 수험생에게까지 부담으로 옮겨붙은 셈입니다.
대책은 나오지만, 식별은 여전히 숙제
교육부는 조만간 AI 안경 부정행위 대책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처벌을 강화하고 형사 고발까지 검토하는 한편, 시험장에 스마트 안경을 가져오지 말라는 경고로 사전 차단에 나선다는 구상입니다. 대학별 고사에서도 반입 금지 원칙을 분명히 하고 감독관 교육을 강화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다만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기가 눈에 띄지 않게 진화하는 만큼 탐지 장비와 감독 인력 같은 현장 대응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관건은 규정을 아는 수험생이 늘어나는 속도만큼 시험장이 그 규정을 실제로 집행할 수 있느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