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규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 여부를 놓고 국민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를 이번 주 시작합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이미 결정된 사항이지만, 이재명 정부는 국민 동의 절차가 부족했다는 판단 아래 지난해 말부터 정책 토론회를 열었고, 이제 그 마지막 단계로 대규모 여론조사에 나서는 겁니다. 하지만 조사 문항과 방식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기후부의 방침이 ‘깜깜이 공론화’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키며 논란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진행 방식과 불거진 논란
여론조사는 2개 기관이 3천 명을 대상으로 ARS와 전화 조사를 통해 진행됩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이호현 차관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조사가 이번 주 중 실시될 것이라고 확인했는데요. 문제는 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며, 조사 기관 선정 기준, 표본 추출 방식, 심지어 질문 내용까지 사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문항이 공개되면 응답자의 사전 학습이나 특정 집단의 조직적 개입이 있을 수 있다는 조사 기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원전은 찬반에 따라 조사 결과가 크게 갈릴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질문의 공정성에 대한 검증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 거죠. 이에 대해 일각에선 공론화 과정이 지나치게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왜 지금 원전 여론조사인가
이번 여론조사는 단순히 찬반을 묻는 것을 넘어, 국가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합의된 신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은 사실상 확정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출범 후 이 결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전문가 토론회와 함께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결국, 이 조사 결과는 향후 수십 년간의 국가 에너지 믹스의 방향을 가를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전망입니다. 한편, 정부는 원전 신규 건설과 병행해 기존 원전의 가동률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원전 이용률을 89%까지 끌어올려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에너지 정책, 원전 외에도 할 일 많다
정부가 바쁘게 움직이는 건 원전 문제만이 아닙니다. 에너지 대전환의 큰 그림 속에서 여러 과제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호현 차관은 같은 브리핑에서 발전 공기업의 통폐합 논의가 진행 중임을 밝혔습니다. 특히 화석연료 비중이 높은 발전사들을 중심으로 합병을 검토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인데요. 또한 2040년 탈석탄 목표를 위해 상반기 내 석탄발전 폐지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폐쇄되는 석탄발전소 부지를 재생에너지 기지로 전환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전력 요금 체계 개편도 중요한 화두입니다. 한전은 시간대와 지역별로 차등을 두는 계시별 요금제를 확대하고, 실시간 요금 시스템으로 전환을 준비 중입니다. 이 모든 정책들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 탄소중립 목표 달성, 그리고 국민 부담 완화라는 삼각축 위에서 균형을 찾아가야 하는 과제들입니다.
정부는 이번 여론조사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상반기 내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입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비공개 문항’ 조사가 과연 신뢰할 수 있는 국민 의사를 충실히 반영할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어떻게 에너지 정책의 판도를 바꿀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