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직후 쏟아진 비판
202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나비 필라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미국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재를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법무 참모를 불러 국제법을 설명해 달라고 촉구했는데요. 독립적인 국제 재판소를 간섭하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라는 겁니다.
필라이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ICC 재판관을 지냈고,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역임했습니다. 국제 인권과 평화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온 만큼 그의 발언은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체포영장에서 제재까지
사태의 출발점은 ICC가 2024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동맹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조치로 규정하고 압박에 나섰는데요. 미국은 ICC의 자산을 동결하고, 자국 기업과 개인에게 6개월 이내에 ICC와 거래를 끊도록 요구하는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필라이는 러시아 대통령 푸틴에 대한 ICC 영장은 환영하면서 네타냐후에게는 제재로 맞서는 태도를 겨냥해 선택적이고 이중잣대라고 비판했습니다. 트럼프가 내세우는 ICC 개혁 주장 역시 미국 시민에 대한 수사를 면제받겠다는 완곡어법이라는 지적입니다. 한 집단만 선택적으로 수사하면 위험한 선례가 된다는 것이 그의 경고입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결국 ICC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시 불붙은 정치 편향 논란
이번 수상을 둘러싼 논란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 보수층과 친이스라엘 진영은 필라이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집단학살로 규정하면서도 하마스의 성폭력 의혹에는 지나치게 엄격한 증거 기준을 적용했다고 비판합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재직 시절 이스라엘 비판 결의안을 39건 채택한 반면 북한과 이란, 중국, 러시아 관련 결의는 훨씬 적었다는 점도 논거로 제기됩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필라이를 향해 지옥에서 박수를 치고 있을 것이라며 나치 선전을 연상시키는 표현으로 맞섰고, 네타냐후 총리는 그를 편협한 고집불통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필라이는 괴벨스의 책임이라는 표현으로 반박했습니다.
노벨평화상이 정치적 판단을 요구하는 상이라는 점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습니다. 1973년 키신저와 레득토, 2009년 오바마의 수상이 대표적입니다. 필라이의 수상은 평화와 국제법의 신뢰성을 둘러싼 재검토를 다시 불러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