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사진에 잡힌 '바다 위 별장'
북한 원산 앞바다에서 길이 80미터짜리 호화 유람선이 포착됐습니다. 영국 BBC가 지난 7월부터 10월 중순까지 원산 해안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인데요. 선박 갑판에는 50미터 길이의 수영장이 설치돼 있고, 한쪽 끝에는 워터슬라이드가 붙어 있었습니다.
배는 몇 달 동안 원산 정비시설에 머물다가 7월 초 갈마반도 인근 해역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갈마반도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가족이 쓰는 대규모 여름 별장이 있는 곳이죠. 위성사진에는 이 배와 함께 50미터, 55미터, 60미터급 선박 3척도 별장 주변을 오간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겨울엔 조선소, 여름엔 별장
선박의 주인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북한에서 개인이 대형 레저 선박을 소유할 수 없는 만큼, 최고지도자 일가의 전용 자산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외화 조달 업무를 맡았던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는 BBC에 "겨울에는 조선소에 보관했다가 여름이 되면 김 위원장 별장이나 갈마 지역으로 옮겨 수영과 휴양에 쓴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방식은 오래전부터 이어졌습니다. 김정일 시절이던 2002년에도 원산에서 비슷한 규모의 선박이 목격됐고, 2013년 방북한 데니스 로드먼은 김 위원장과 60미터 선박에서 제트스키와 승마를 즐긴 뒤 "여객선과 디즈니 유람선을 합친 것 같다"고 묘사했습니다. 비슷한 크기의 호화 요트는 1억 달러, 우리 돈 약 134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667달러와 40퍼센트의 대비
문제는 이 호화로움이 놓인 자리입니다. 2024년 기준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667달러에 불과하고, 2025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의 약 40퍼센트가 영양 부족 상태입니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연 14일의 휴가가 법으로 보장돼 있지만 실제로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고, 여행에는 당국 허가가 필요합니다.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의 휴가를 직접 보도하는 대신 현지 지도나 시찰 활동으로 포장해 전해 왔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사치품 수입 금지에도 중국과 러시아를 거치는 밀수 경로가 꾸준히 지적되는 배경입니다. 같은 바다 위에서 벌어진 두 개의 여름은 북한이 놓인 현실을 숫자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