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 발언 촉발된 중일 갈등…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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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2월 9일 오전 5:47

발행: 2025년 12월 8일 오전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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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 발언이 중일 갈등을 격화시키고 있습니다. 중국은 여행 자제령과 경제 압박으로 맞섰고, 일본 증시의 중국 관련주는 약세를 보였습니다. 이 갈등은 대만 문제를 넘어 인도태평양 해양 질서를 둘러싼 미중일의 지정학적 대립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한국은 안보 동맹국 미국과 최대 교역국 중국 사이에서 국익 중심의 균형 외교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전략적 급소를 건드린 한마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한마디 발언이 동아시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8일,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 유사시 일본이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중국이 주장하는 '대만은 내정 문제'라는 외교적 프레임을 정면으로 거부했습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논평을 넘어, 일본의 지정학적 안보 현실을 반영한 전략적 선언으로 해석되며 중국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중국은 일본 내 중국인에 대한 공격 증가를 이유로 여행 자제령을 내리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제한과 군사 훈련을 강화하는 등 경제적·외교적 압박으로 맞섰습니다.

이 갈등의 배후에는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선 깊은 안보적 계산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국의 싱크탱크 CSIS가 진행한 대만 침공 워게임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중국이 승리하는 유일한 시나리오는 미군이 개입하지 않거나 일본이 중립을 지키는 경우였습니다. 특히 일본 내 미군 기지 사용이 제한될 경우 미국의 병참 지원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중국의 군사적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바로 이 '일본의 중립'이라는 중국의 승리 조건을 무력화시키려는 전략적 의도로 읽힙니다.

경제 전선으로 번진 충돌

외교적 신경전은 금방 경제 현실로 이어졌습니다. 일본 증시에서는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중국 매출 비중이 20%가 넘는 화장품 기업 시세이도의 주가는 한 달 새 9% 가까이 떨어졌고, 헬로키티로 유명한 산리오도 12% 하락했습니다. 백화점 주가 역시 영향을 받았는데요. 이는 중국 정부의 여행 자제령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중국인 관광객은 올해 1~9월 기준 일본을 찾은 외국인 중 약 750만 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 주체입니다. 전문가들은 신뢰 회복이 실패할 경우 중국인 관광객 수가 최대 5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제적 민감도를 건드린 중국의 대응은 새로운 차원의 갈등 구도를 보여줍니다. 펀드매니저들은 불매 운동까지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관련 주식에 대한 투자를 유보하고 있습니다. 이는 외교적 마찰이 양국 간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무기화하는 '경제 안보' 충돌로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일본 기업들에게 중국 시장은 단순한 수출처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시장인 만큼, 정치적 발언 한마디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해양을 둘러싼 구조적 대립

현재의 갈등은 대만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인도·태평양 전체의 해양 질서를 뒤흔드는 구조적 대립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대만 주변과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하나의 통합된 작전 공간으로 삼으며 해양 강국으로의 부상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유지하려는 미국, 호주,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스스로를 '해양 안보 국가'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아베 전 총리 시절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집단적 자위권 확보, 무기 수출 규제 완화, 핵추진잠수함 도입 검토는 모두 이러한 전환의 일환이죠.

이러한 대립은 동아시아 해역을 연쇄 위기 공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대만, 오키나와, 동중국해가 하나의 긴장 고리로 연결되면서 군사적 접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본이 특히 대만 방어를 자국의 생존 문제로 보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대만이 중국의 통제하에 들어가면 중국은 제1도련선을 장악해 태평양으로 군사력을 자유롭게 투사할 수 있게 되고, 일본의 에너지 수송로인 대만 해협을 위협받게 됩니다. 일본 에너지의 70~80%가 대만 남부를 통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 셈입니다.

한국에게 던지는 전략적 질문

한국은 이러한 중일 간 갈등 구도 속에서 새로운 전략적 고민에 직면해 있습니다. 미국은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대만 분쟁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며 동맹국들에게 역할 강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안보 동맹국이자 중국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이중적 위치에 서 있습니다. 과거 사드(THAAD) 배치 시 중국의 전방위적 경제 보복을 경험한 만큼, 일방에 치우친 선택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국익 중심의 균형 외교를 유지하면서도 해양 상황 인식 능력을 강화하고, 한미일 협력을 해양 안보라는 공동 이익의 틀에서 재정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또한 일본과의 역사 문제와 해양 협력을 분리 관리하는 이중 전략과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으면서 위험과 협력을 선별 관리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인도 및 아세안 국가들과의 해양 협력 확대는 한국에게 새로운 전략적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판이 재편되는 이 시점에서 한국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혜로운 외교적 설계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