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도 새벽 2시에 코스피를 본다
한국 증시가 글로벌 투자 심리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자리 잡았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런던, 뉴욕, 도쿄의 펀드매니저들은 거래 시작 전 한국 증시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고 합니다.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의 하니 레다 매니저는 매일 아침 한국 증시를 통해 AI 투자 심리를 파악하고, 한국 시장이 마감하면 뉴욕의 SK하이닉스 ADR과 관련 ETF로 관심을 이어간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증시는 사실상 미국 AI·반도체주의 위험을 미리 보여주는 장전 지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흐름은 데이터로도 뚜렷하게 확인됩니다. 코스피와 나스닥100 지수의 60일 상관계수는 0.46을 기록하며 최근 2년 내 최고 수준에 근접했습니다. 이는 직전 5년 평균인 0.16보다 약 3배나 높은 수치로, 한·미 증시의 동조화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음을 보여줍니다. 일본 닛케이225 역시 코스피와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며 주요 전략가들의 모니터링 목록에 포함되었습니다.
한 달새 23% 폭락, 반도체주의 무너진 랠리
AI 반도체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반영되었던 주가 조정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고점 대비 20% 하락하며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고, SK하이닉스는 한 달 새 약 40%, 삼성전자는 31.9% 급락했습니다. 삼성전자와 TSMC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가 계속 떨어진 것은 AI 투자금 회수 불안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줍니다.
국내 증시의 하락률은 주요국 중 가장 가파릅니다. 코스피는 최근 한 달간 23% 떨어졌고, 특히 5월 말 도입된 반도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16일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루 만에 11% 하락하며 184,200원을 기록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손실이 30% 넘으면 안 본다", "그냥 버텨라"는 자포자기 반응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퇴직연금 개미까지 손실, 정부는 레버리지 ETF부터 잡는다
이번 조정은 퇴직연금으로 반도체 ETF에 투자한 가입자들도 덮쳤습니다. KODEX 반도체의 경우 3월 말 가입자는 52% 수익을 올렸지만, 6월 가입자는 -23.7%를 기록했습니다. TIGER 반도체TOP10에서도 56월 진입자는 2627%의 손실을 봤고, 일부는 144%까지 올랐던 수익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아찔한 경험을 했습니다.
정부는 7월 16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신규 상장 잠정 중단, 광고 금지, 기본예탁금 3,000만 원 상향 등을 담은 1차 보완책을 발표했습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운용사가 장 마감 전 기초 주식을 대거 매매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파생상품 활용 방안 등을 추가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자산운용사·증권사와 협의해 변동성 최소화 대책을 서둘러 내놓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시장 불안이 이어지는 만큼 예탁금 강화 시기를 앞당기는 등 보다 정교한 장치가 신속하게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