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무대에 오른 세기의 대결
다음 주 경주에서 펼쳐질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경제협력 포럼을 넘어 세계 질서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6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만나는 미중 정상회담이 가장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는 2019년 G20 정상회의 이후 두 정상의 첫 대면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큽니다. 양국은 고율 관세와 수출 통제 등 무역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APEC은 한미, 미중, 한중 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되는 '외교 슈퍼위크'로 기록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이재명 대통령과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30일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가진 뒤, 12월 1일에는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한중 정상회담이 이어집니다. 11년 만에 이루어지는 중국 정상의 국빈 방문이라는 점에서 한중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북미 회동 가능성과 한국의 입지
가장 흥미로운 것은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30일 오후 공개 일정이 비어있는 가운데, 판문점에서 북한의 미화 작업이 포착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미국 측도 주한미국대사관에 북미회담 경험이 있는 케빈 김 부차관보를 임명하는 등 준비 태세를 보이고 있어, 6년 전 '세기의 기억'을 재현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 100% 열려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미 회동이 성사되더라도 이재명 대통령의 동석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전망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달려있으며, 한국 정부의 참여 의지가 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가치를 더해줄지 명확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END 구상과 한미 협력 방향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END 구상'이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빅터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END 구상을 지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는데요, 이 구상은 교류, 관계 정상화, 비핵화의 세 단계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접근법입니다.
END 구상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한미 간 해결되지 않은 쟁점으로 LG에너지솔루션·현대차 공장의 구금 문제와 무역 합의 미도달이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있습니다. 차 석좌는 "한미 정상회담이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습니다.
미중 갈등과 한국의 외교 전략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AI 반도체칩과 희토류 수출 규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AI 반도체칩 수출 규제 완화를, 중국은 미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완화를 각각 요구하는 등 입장 차이가 뚜렷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펜타닐의 진앙지로 지목하며 견제구를 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은 어려운 외교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수교 초심을 지키고 상호 이익을 추구하며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는 상호보완에서 경쟁 관계로 변화했으며, 미중 경쟁 심화 속에서 과거의 '안미경중' 노선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동아시아 외교의 새로운 장
이번 APEC 정상회의는 한국이 20년 만에 의장국을 맡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2005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이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주최국으로서 국제 사회에서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APEC 의장국으로서 CEO 서밋에 특별 연사로 참여하고, 캐나다 등 참가국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연이어 진행하며 다각적인 외교 활동을 펼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APEC이 한국의 외교적 리더십을 확립하고, 지역 경제의 안정과 번영을 선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약 2만 명의 방문객이 예상되며, 문화유산, 전통예술, K-POP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행사도 함께 열릴 예정이라 외교적 성과와 함께 문화 교류의 장으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외교 슈퍼위크가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세계의 시선이 경주로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