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죽음이 되어가는 무연고 사망
서울시립승화원 16번 화장로에 72세 한민수(가명) 씨가 무연고 사망자로 들어섰습니다. 장례를 맡은 사람은 가족이 아니라 1인 가구에서 만난 78세 윤영철(가명) 씨였습니다. 입원 보증을 서고 방 하나를 내줬던 동료였죠. 혈연이 아닌 사람이 장례를 주관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습니다.
지난해 기록된 무연고 사망자는 7,190명입니다. 2021년 3,603명과 비교하면 99.6% 늘어난 수치인데요. 2029년에는 한 해 1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가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구조
무연고 사망의 원인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53.4%였지만, 나머지 46.6%는 복지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나눔과나눔 조사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 1,471명 중 70%가 일반 주택이나 아파트에 살았고, 쪽방이나 고시원, 여관 거주자는 17%에 그쳤습니다.
더 눈에 띄는 건 법적 연고자가 있음에도 무연고로 끝난 경우가 74.9%라는 점입니다. 장례 위임서 576건 중 45.1%가 경제적 이유로 장례를 포기했습니다. 장례비 지원이 있었다면 가족이 직접 장례를 치렀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외국인 149명, 20~30대 청년 126명도 무연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도는 따라갈 수 있을까
2023년 장사법이 개정되면서 친밀한 지인을 장례주관자로 지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관계를 증명하는 서류와 공증이 필요해 실제 활용은 제한적입니다. 공영 장례 역시 지역별로 예우가 갈립니다. 서울은 무연고 전용 빈소를 운영하며 시민 참여를 이끌지만, 인천과 광주 등은 인프라가 부족해 화장까지 걸리는 시간 차이가 큽니다.
무엇보다 무연고 사망 통계는 지자체 장례 처리 건수로만 집계될 뿐, 국가 차원에서 관리되지 않습니다. 혼인 상태나 주거 형태, 국적 같은 기초 정보조차 체계적으로 남지 않는 겁니다. 윤영철 씨는 유해를 흩뿌리며 "형님은 어떻게 해요?"라는 물음을 되새겼습니다. 1인 가구가 주류가 된 사회에서 이 물음은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남겨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