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0년이 집행유예로 바뀌다
공수처가 인지수사로 처음 기소해 유죄를 받아낸 사건이 항소심에서 뒤집혔습니다. 뇌물 수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김숙진 전 경무관이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건데요. 이번 판결은 공수처의 첫 인지수사 사건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형량 차이가 너무 커서 법조계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사건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사업가로부터 불법 장례식장 영업권 및 형사사건 알선 청탁을 받고 7억 7,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에서는 차명계좌를 통한 6억 원대 뇌물 수수까지 유죄로 인정되며 중형이 선고되었는데, 항소심에서는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차명계좌와 증거능력이 갈랐다
항소심 재판부가 형을 대폭 낮춘 데는 두 가지 핵심 이유가 있었습니다. 먼저 6억 원대 차명계좌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점인데요. 재판부는 해당 계좌가 김 전 경무관의 차명계좌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씨가 일부 입출금에 개입한 정황은 있지만, 계좌를 전적으로 관리하고 자신의 계산으로 사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였죠.
또한 딸 학원비 대납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휴대전화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반면 신용카드와 전자제품 등 1억 1,000만 원 상당의 금품 수수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유죄를 유지했는데요. 다만 이 역시 직무 관련 알선의 대가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아 뇌물죄가 아닌 청탁금지법 위반으로만 인정되었습니다. 재판부는 30년간의 성실한 근무 이력과 구속 수감 기간 등을 양형에 참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범 공소기각과 남은 쟁점
이번 판결에서 눈길을 끈 건 뇌물을 공여한 사업가와 차명계좌를 제공한 지인 등 공범들에 대한 처분입니다. 재판부는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본인이나 가족이 아닌 일반인에 대해서는 기소 및 공소유지 권한이 없다고 판단해 이들의 공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공수처는 이에 대해 뇌물수수죄와 뇌물공여죄가 필요적 공범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기소권이 없다고 본 판단은 범죄의 본질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물론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크게 엇갈리는 건 사실관계와 법리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공수처의 첫 인지수사 사건이었던 만큼 이번 판결은 향후 공수처 수사권과 기소권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공수처는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이 사건이 마무리되려면 아직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