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렸는데 엔화는 반대로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0%에서 1.25%로 0.25%포인트 올렸습니다. 1995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데요. 그런데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금리 인상 직후 엔화는 오히려 달러당 158엔대까지 밀렸습니다. 정책위원 9명 가운데 2명이 인상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추가 긴축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기대가 엔 매도세를 부추긴 겁니다.
미국 연준이 이미 금리를 올려 미일 금리차가 좁혀지지 않는 점도 부담입니다. 보통 금리를 올리면 그 나라 통화 가치가 오르는데, 이번엔 반대로 움직인 셈입니다.
레이트 체크라는 경고장
엔화 약세가 가팔라지자 일본 외환당국이 꺼내 든 카드는 레이트 체크입니다. 주요 은행에 거래 가능한 환율 수준을 물어보는 절차로, 실제 시장 개입에 앞선 준비 단계로 읽힙니다. 보도가 나오자 엔화는 곧바로 156엔대로 되돌아섰습니다. 말로만 경고해도 시장이 움직인 겁니다.
시점도 절묘합니다. 23일부터 실버위크 연휴가 시작되는데, 이 기간엔 거래량이 줄어 변동성이 커지기 쉽습니다. 당국이 연휴 전 투기적 엔 매도를 미리 차단하려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지난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15조엔이 넘는 규모의 엔 매수 개입을 단행한 바 있습니다.
가계와 시장에 미칠 파장
금리 인상의 여파는 곳곳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주요 시중은행은 보통예금 금리를 0.4%에서 0.5%로, 단기 프라임레이트를 2.375%에서 2.625%로 올렸습니다. 미즈호종합연구소는 60~70대 가구가 연간 약 2만엔의 이자 이익을 보는 반면, 30대 이하 가구는 2만3천엔가량 상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국채 시장도 들썩입니다. 10년물 금리는 3.03%까지 올라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일본의 부채는 GDP 대비 230%에 이릅니다. 여기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드는데, 전문가들은 엔화 순매도 포지션이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 2024년 8월 같은 급격한 청산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당장의 관건은 160엔 선에서 당국이 실제 개입에 나서느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