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개방적인 정책의 본격 시행
중국이 하이난성 전체를 하나의 특별 세관구역으로 지정하는 '봉관' 운영을 공식 시작했습니다. 이는 섬 전체를 사실상의 '무관세 특구'로 만드는 중국 역사상 가장 대담한 개방 정책의 실천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하이난을 새로운 개혁·개방의 시험지로 삼겠다고 밝힌 데 이어,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선언일이었던 12월 18일에 맞춰 시작한 점에서 상징성도 큽니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대외 개방의 수준과 속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봉관의 핵심은 '1선 개방, 2선 관리, 도내 자유'라는 원칙입니다. 쉽게 말해 하이난과 외국 간의 물류는 자유롭게 허용하되, 하이난에서 중국 본토로 물건이 들어올 때는 기존 통관 절차를 적용해 관리한다는 뜻입니다. 덕분에 하이난 자유무역항으로 수입되는 대부분의 상품은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면제됩니다. '제로 관세' 품목은 기존 1,900개에서 6,600개로 늘어났고, 전체 수입품 중 무관세 품목 비중은 21%에서 74%로 크게 확대됐습니다.
쇼핑 천국으로 변모하는 섬의 모습
정책 시행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봉관 운영 첫날만 해도 5억 위안(약 1,040억 원) 이상의 '무관세' 상품이 수입될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이는 하이난이 하루에 천억 원어치의 수입품이 거래되는 쇼핑 천국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명품 소비가 급증하면서 핸드백, 화장품, 시계 등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적인 관광 및 쇼핑 중심지로 도약하려는 하이난의 목표가 단순한 구호가 아님을 입증하는 결과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막대한 혜택이 눈에 띕니다. 외국 상품을 하이난에서 구매하면 관세 부담이 사라지기 때문인데요, 만약 그 상품을 본토로 가져가려면 30% 이상의 부가가치가 하이난에서 발생했다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이는 하이난 내에서의 생산 및 가공 활동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됩니다. 당국은 이 같은 정책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물론, 자국민의 해외 소비를 국내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막대한 자금이 뒷받침하는 야심 찬 프로젝트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가능한 배경에는 국가 차원의 집중적인 금융 지원이 있습니다. 중국수출입은행은 지난 5년간 '14차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하이난성에만 약 20조 원에 달하는 대출을 집행했습니다. 이 엄청난 자금은 하이난 자유무역항의 인프라 구축과 산업 육성을 위한 확실한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지원은 단순히 자금 투입을 넘어 금융 혁신까지 포함합니다. 중국수출입은행은 정책성 은행 최초로 하이난 자유무역항 역외 위안화 채권을 발행하는가 하면, 자유무역(FT) 계좌를 통한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도 도입했습니다. 자금은 하이커우 푸싱청 등 핵심 단지 건설과 더불어 첨단기술 산업, 현대 서비스업 등 주력 산업 육성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외국 기업들도 낮은 법인세율(15%)과 개인 소득세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투자 유인책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허리펑 부총리의 발언처럼, 이는 미국의 관세 정책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흐름 속에서 중국 특색의 개방 노선을 보여주는 전략적 결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