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 옥타곤을 세우다
6월 14일,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역사상 처음으로 종합격투기 옥타곤이 설치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0세 생일과 미국 건국 250주년을 겹쳐 기념하는 'UFC 프리덤 250' 대회인데요. 일리아 토푸리아와 저스틴 게이치의 메인 이벤트를 비롯해 화려한 라인업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최를 일주일 앞두고 상황은 어수선합니다. 폭우와 번개를 동반한 뇌우 가능성이 40%로 예보되었고, 밤하늘에 불을 밝히는 거대 캐노피 구조물에 각다귀와 나방, 박쥐 떼가 몰려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습니다.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조차 비와 번개, 벌레를 돌발 변수로 꼽으며 취소 가능성을 인정한 상태입니다. 16년 만의 야외 대회인 만큼, 자연 환경이 성사 여부를 가를 결정적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UFC가 손잡은 까닭
이번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미국 정부의 공식 후원을 받는 이례적인 케이스입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화이트 회장은 6월 11일 국무부 청사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요. 이를 통해 NBA나 MLB처럼 선수 교류와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종합격투기를 스포츠 외교의 새로운 카드로 삼겠다는 구상입니다.
특히 화이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이자 절친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행사에는 개인적 유대 관계가 깊게 배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회 준비에만 3천만 달러(약 450억 원)가 투입됐고, 국방부는 체격이 건장한 군 장병들을 관람객으로 선발하는 등 행정력도 동원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부터 생일을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는 기회로 삼아왔는데, 이번에는 UFC라는 강렬한 이미지와 결합해 그 화려함을 극대화하려는 모습입니다.
잇따르는 악재와 법적 공방
문제는 날씨만이 아닙니다. 버지니아주 주민 2명이 국립공원관리청과무부를 상대로 연방 소송을 제기했는데, 백악관 잔디밭이 연방 공원 부지라며 스포츠 행사 개최가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원고 측은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의회 승인 없이 상업용 건축물을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주목되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UFC 모회사인 TKO 그룹 홀딩스의 주식을 최대 5만 달러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원고 측은 이를 들어 대통령과 관계자들에게 경제적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이해 충돌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백악관은 이를 적법한 국가 기념행사를 방해하려는 시도라고 반박했지만, 연방법원은 이미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고 긴급 심리에 들어갔습니다.
일부에서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80세 생일을 가족 브런치로 조용히 보낸 것과 비교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보가 지나치게 사적이고 과시적인 성격을 띤다고 비판합니다. 화려한 라인업과 역사적인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폭우와 벌레, 그리고 법적 분쟁이라는 삼중고를 넘어 6월 14일 옥타곤의 불이 켜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