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시작된 천막 농성
10월 29일 국제 돌봄의 날을 맞아 돌봄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광주 돌봄서비스노조는 광주시청 인근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무안청사 앞에 천막을 세우고 단식농성에 들어갔는데요. 노조는 그동안 여러 차례 처우 개선을 요청했지만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요구는 구체적입니다. 시급제를 폐지하고 월급제로 전환하며, 저임금 장시간 노동 강요를 중단하라는 겁니다. 노조는 돌봄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면 노동자의 처우가 먼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고, 노조는 시장과의 직접 대화와 실현 가능한 처우 개선 로드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숫자로 드러난 돌봄의 구조
같은 날 서울 청와대 앞에서는 보건복지자원연구원과 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방문요양보호사, 가족돌봄청년, 연구자, 일본 돌봄 활동가 등 20여 명이 참석했죠.
공대위가 제시한 수치는 상징적입니다. 전체 복지시설 가운데 민간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국공립 장기요양기관은 2%가 채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가족돌봄청년 우새롬 씨는 병원 방문과 약·식사 관리까지 떠안으며 "가족 안에서 돌봄을 해결하면 누구나 영케어러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의 문제는 연쇄적으로 이어집니다. 3시간 단위 호출형 노동과 일터 괴롭힘으로 돌봄노동자가 이탈하면 그 빈틈은 고스란히 가족, 특히 여성과 청년에게 돌아갑니다. 돌봄노동의 가치가 낮아질수록 부담은 개인에게 되돌아오는 구조인 셈입니다. 이들은 안정적 고용과 정당한 보상, 위험 평가와 안전 조치를 요구하며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과 돌봄기본법 제정을 촉구했습니다.
가사노동자와 현장의 목소리
움직임은 가사노동 영역으로도 번졌습니다. 10월 28일 가사노동연대는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반격, 가사노동자를 향한 모든 차별과 배제를 삭제하라"는 구호를 내걸었습니다. 돌봄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조직 차원의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현장 교육도 함께 이뤄졌습니다. 경남 서부권 돌봄노동자 지원센터는 이날 심뇌혈관질환 예방교육과 건강밥상 실습을 진행했는데요. 박혜정 센터장은 "돌봄은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가치를 인정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엔이 2023년 제정한 국제 돌봄의 날은 이렇게 매년 돌봄의 의미를 되묻는 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구호가 아니라 제도입니다. 광주시가 언제 대화에 나설지, 법 제정 논의가 어디까지 진전될지가 올해의 관건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