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불확실성에 짓눌린 뉴욕증시
뉴욕증시가 이틀 연속 약세를 보이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11일 현지 시간에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84포인트(0.34%) 내린 5만3791.85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4포인트(0.32%) 밀린 7728.20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159포인트(0.60%) 하락하며 2만6445.45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조정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파키스탄 국방부 장관이 미국과 이란의 합의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언급하면서 장중 한때 기대감이 살아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미국이 조건을 수용하기 전까지는 해협을 절대 열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시장의 낙관론은 빠르게 꺾였습니다.
이러한 중동 리스크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직결되었습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88.91달러로 1.4% 올랐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83.20달러를 기록하며 1.3% 상승했습니다. 유가 상승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알파벳은 급락하고 반도체는 뜨는 엇갈린 장세
업종별로는 대형 기술주의 약세가 두드러졌습니다. 특히 알파벳은 수석과학자 제프 딘의 퇴사와 AI 부서 리더십 재편 우려가 겹치며 3.84% 급락했습니다. 아마존과 브로드컴 등도 2%대 하락하며 지수 낙폭을 키웠고, 주택 시장도 7월 기존주택 매매가 전월 대비 1.7% 줄어드는 등 실물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반면 반도체 업종은 지수와는 다른 흐름을 보이며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0.87% 상승했고, SK하이닉스 ADR은 4.70% 급등하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AMD와 마이크론 역시 각각 1% 안팎 올랐는데요. 기술주 전반의 조정 속에서도 AI 반도체 수요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엔비디아는 주요 자산운용사 6곳과 5천억 달러 규모의 AI 펀드를 조성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금융권의 자본을 끌어들이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 소식에 아폴로글로벌과 KKR, 블랙스톤 등 관련 운용사들의 주가는 3~7%대 크게 상승했습니다.
CPI 발표에 쏠린 눈, 연준은 어디로
시장의 관심은 이제 8월 12일에 발표될 7월 CPI로 쏠려 있습니다. 호르무즈 사태로 인한 유가 급등분이 물가 지표에 얼마나 반영되었는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입니다. 만약 CPI 상승 폭이 예상을 웃돌 경우, 연방준비제도가 9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릴 전망입니다.
실제로 중동 전쟁 장기화는 재정적자 확대와 물가 상승 압력을 동시에 자극하는 요인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CPI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보다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변수로 작용하면서 시장의 불안정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뉴욕증시는 중동 상황과 물가 지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아야 하는 어려운 국면을 맞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