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에너지 통로 위기의 지정학적 각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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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달 전 수정 · 2026년 4월 29일 오전 9:22

발행: 2026년 4월 29일 오전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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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에서 일본 유조선과 UAE LNG 운반선의 통과가 잇따르며 봉쇄 국면에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에 대한 통행료 지급을 엄격히 금지하며 제재를 경고하고, 이란은 안보 조건이 충족되면 통행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으로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해협의 운명은 종전과 핵 협상이라는 더 큰 정치적 과제에 달려 있는 상황입니다.

해협 통제를 둘러싼 미-이란의 팽팽한 줄다리기

세계 석유와 가스 수송의 핵심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한번 긴장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이란 전쟁 이후 사실상 봉쇄 상태에 가까웠던 이 해협에서, 지난 며칠 사이 일본 유조선과 UAE LNG 운반선의 통과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들 선박의 통과는 이란 당국의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반면 미국은 통행료 지급 자체를 엄격히 금지하며 제재를 경고하는 등 첨예한 대립 구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일련의 사건들은 단순한 선박 통과를 넘어, 해협의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는 지정학적 각축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의 강경 제재와 이란의 '통행료' 카드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는 미국의 강력한 압박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 대가로 이란 정부나 이슬람혁명수비대에 자금을 지급하는 모든 행위를 명백히 금지했습니다. 이 조치는 미국인은 물론, 비미국인이나 외국 금융기관까지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큽니다. 특히 이란의 주요 원유 수입망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의 소규모 정유사 등에 대한 제재도 발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죠. 미국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이란이 해협을 경제적 무기로 사용하거나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란의 원유 이동 네트워크에 대한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이란은 자신들의 안보를 보호하는 협약에 따른 조치라고 주장하며, 해협 통제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란 국방부 차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 행위가 종결될 경우 상업 선박의 통행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는 '선 봉쇄 해제, 후 핵협상'이라는 이란의 전략적 제안과 연결되는 대목입니다. 이란은 해협 통행을 허용하는 대가로 미국의 항만 봉쇄 해제를 요구하며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죠. 그러나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핵 문제 해결을 전쟁의 핵심 목표로 삼고 있어 타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통과 선박의 의미와 불확실한 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선박들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합니다. 일본 정유사 이데미츠 코산의 자회사가 운용하는 유조선 '이데미츠 마루호'는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전쟁 이후 일본 유조선으로는 처음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습니다. 일본은 석유 수입의 약 95%를 서아시아에 의존하는 만큼, 이번 통과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UAE 국영 석유회사 소유의 LNG 운반선 '무바라즈호'의 통과도 확인되었습니다. 전 세계 LNG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에서의 운송 재개 가능성은, 공급 부족으로 석탄 화력으로 회귀하던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일종의 희소식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과가 완전한 정상화를 의미하진 않습니다. 통행료 납부 여부는 여전히 불분명하며, 미국의 제재 위험은 상존합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의 운명은 전쟁 종전과 핵 협상이라는 더 거대한 정치적 해법에 달려 있습니다. 이란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버티는 한편, 미국은 해상 봉쇄를 지속해 이란의 원유 저장 용량 한계를 노리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향후 몇 주 안에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지, 아니면 긴장이 더욱 고조될지, 세계 에너지 시장은 불안한 시선을 이 중동의 좁은 해협에 고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