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첫 폴더블, 시장은 왜 냉정할까
애플이 드디어 첫 폴더블폰인 '아이폰 듀어'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만큼 뜨거워 보이지 않는데요. 미국 최대 통신사 AT&T의 존 스탠키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아이폰 듀어가 기존 안드로이드 폴더블폰들과 비교했을 때 전혀 새로운 게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미 안드로이드 진영에 훌륭한 제품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대중화되지 못하고 특정 용도를 원하는 틈새시장에 머물렀다며, 아이폰도 비슷한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실 이런 냉정한 시각에는 가격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이폰 듀어의 미국 출시 가격은 1999달러부터 시작합니다. 이미 안드로이드 폴더블 시장에서 고가 제품이 대중화되지 못한 전례가 있는 만큼, 애플조차 이 벽을 넘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다만 스탠키 CEO도 아이패드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면 구매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처럼, 실제 사용 경험이 가격을 설득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삼성의 기술력과 중국 업체의 반격
삼성전자는 애플의 진입에도 불구하고 시장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노태문 사장은 8세대에 걸친 폴더블 카테고리 구축 경험과 내구성, 최적화 노하우는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는데요. 실제로 갤럭시 Z 폴드8은 무게 201g, 두께 4.5mm를 기록하며 아이폰 듀어의 무게 254g, 두께 5.2mm보다 가볍고 얇다는 기술적 우위를 과시했습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제품 형태를 다양화하며 시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폰 '메이트 XT 2'를 공개했고, 샤오미는 '여권형' 폴더블폰 '샤오미 18 폴드'를 선보였습니다. 이처럼 폴더블 시장이 삼성의 독주 체제에서 애플과 중국 업체가 참여하는 다자 경쟁 구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삼성전자가 38%로 1위를 유지하되, 애플이 25%로 바로 2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메모리 가격 상승, 폴더블 경쟁의 숨은 변수
이번 폴더블 경쟁의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라는 숨은 변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애플은 아이폰18 프로와 프로맥스의 가격을 전작보다 100달러 올렸는데, 이는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범용 메모리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부품 원가가 크게 뛰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평균 가격은 15% 상승했고, 신규 출시 모델은 평균 25%나 올랐습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에는 수익성 개선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완제품 제조사와 부품사들은 다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요.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커질수록 기기 교체 주기가 늦춰지고, 고가 폴더블폰의 수요 위축 가능성도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19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내건 아이폰 듀어처럼 초고가 제품군은 가격 민감도가 더욱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폴더블폰 시장은 올해 누적 출하량 1억 대 돌파를 앞두고 있습니다. 삼성, 애플, 중국 업체의 삼파전이 본격화된 가운데, 기술력과 가격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능력이 앞으로 시장의 주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