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대신 떠오른 탄천 부지
용산공원에 공공주택을 공급하려는 정부 계획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탄천물재생센터 부지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했습니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을 국가적 자산이자 서울의 허파로 규정하며 1cm의 훼손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대신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를 활용해 동남권 청년 특화 산업단지를 조성하자고 정부에 공식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오 시장의 제안에 대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고, 더불어민주당 측은 실효성이 없다며 비판했습니다. 이에 오 시장은 정부와 여당의 태도가 공급 대책보다는 오세훈 힘 빼기라는 정치적 목적에 치우쳐 있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사실 이번 갈등은 주택 공급이라는 실무적 문제를 넘어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권력 관계를 보여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교통과 학원가를 품은 노른자 땅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는 면적이 약 4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대규모 부지입니다. 인근에 지하철과 고속철도 역이 있고 수서IC, 동부간선도로와 가까워 교통 접근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게다가 대치동 학원가와 삼성서울병원이 인접해 있어 입지 조건이 최상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인근 주민들도 용산공원 개발보다는 이곳 활용이 서울 전체 발전 관점에서 낫다며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문제는 이 부지 위로 하수처리시설이 여전히 가동 중이라는 점입니다. 주택과 산업단지를 짓기 위해서는 기피 시설인 하수처리시설을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데, 이것이 사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전 대상 지역에서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며, 토양 오염 정화라는 기술적 난제도 남아 있습니다. 오 시장은 현재 물재생센터 이전을 위한 사업 적격성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이전 후보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은 상태입니다.
개발과 보전 사이, 공통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번 갈등은 단순히 부지 선정을 둘러싼 논쟁을 넘어 서울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김윤덕 장관은 중산층도 평생 살 수 있는 보편형 공공주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오 시장은 재개발과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2031년까지 31만 호 착공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상황에 따라 개발론과 보전론을 선택적으로 내세우는 모습에는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용산에서는 보전을, 탄천에서는 개발을 이야기하는 식의 엇박자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임시방편적 논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주택 공급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토지를 개발하고 어떤 곳을 보전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하고 공통된 원칙이 먼저 세워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서울의 귀중한 녹지와 조망권은 계속해서 정쟁의 소모대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